본문 바로가기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리뷰

by 0I사금 2025. 1. 24.
반응형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2021년 OCN에서 추석 특선으로 첫 방영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고 있을 때 중간에 예고편이 나오는 걸 보고 편성을 알게 되어 감상할 수 있게 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도 코로나 시국으로 극장에서 놓친 영화 중 하나였는데요. 이 영화가 흥미를 끌었던 이유에는 재미있게 본 적 있는 영화 『신세계』에서 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둘이 또 같이 나온다는 점도 있고, 이번엔 전작이랑 포지션이 바뀌어서 황정민 배우가 주인공이자 선역으로, 이정재 배우가 악역으로 나온다는 점이 특이해서였습니다.  

 

『신세계』에선 정청과 이자성이 의형제였고, 정청이 좀 더 잔인한 인물 같으면서도 실제로 자신을 기만한 거나 다름없는 이자성을 어떻게든 감싸주려고 하는 애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였다면 반대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거기다 두 주인공이 서로 죽이려 하는 대립관계라는 게 대비되어 눈길을 끌었거든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레이(배우이정재 분)란 인물은 싸이코패스에 가까운 악랄한 인물로, 일방적으로 주인공인 김인남(배우 황정민 분)을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내용이지만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김인남이 사람 죽이는 것도 능숙하고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생활을 하고 있길래 대체 뭐 하는 인물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국정원 출신이지만 사정 상 물러나 현재는 살인 청부를 받는 인물이라고 나오더군요. 즉, 김인남도 완벽한 선역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작중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잃은 인물은 아니더라고요.

살인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하지만 감정이 없는 싸이코패스 타입은 아니며 오히려 사정 상 떨어진 부인이나 딸을 걱정하기도 하며, 태국에서 딸이 납치당하고 아내가 살해당하자 딸을 구하기 위해 태국 갱단을 직접 찾아갔다가 중간에 장기매매용으로 잡힌 아이들을 구해주려고 하는 등 인간미는 남아 있는 인간이었습니다. 『신세계』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편이라고 여긴 상대에게 유하지만 그 외에는 가혹하기 짝이 없어 살벌하기까지 했던 정청과는 여러모로 다른 인물이에요. 그래서 막판에 레이와 혈투를 벌이며 자폭까지 하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했고요.

김인남을 쫓는 레이는 재일교포 출신 야쿠자로, 초반 김인남이 청부를 받아 살해한 야쿠자 고레다의 동생이라고 나오며 형의 복수를 하겠다면서 일본-한국-태국을 거쳐 김인남을 집요하게 쫓는 인물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가혹한 학대를 당했고, 말로는 죽은 형의 복수를 하려고 한다지만 애초에 그 형이란 인물도 여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인간쓰레기로 그저 형제가 쌍으로 싸이코패스 쓰레기라는 생각만 들었을 정도. 주인공 배우와 같이 출연한 『신세계』에서 보여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봐 예민하게 굴고 두려워하다가 결국 경찰 쪽에 등을 돌리게 되는 이자성의 모습은 전혀 생각나지도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거기다 후반부 들어서면 김인남을 쫓는 이유는 모르겠다는 투로 말하는 걸 보아 형의 복수는 핑계고 그저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김인남을 쫓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양아치처럼 요란한 옷차림과 문신을 한 모습은 그런 성향과 대비되어 그 성격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 같았고요. 중반 태국 갱단들의 아지트에서 경찰과 대치하게 되었을 때 폭탄을 터뜨리는 걸 보면 그냥 살인범이 아니라 테러범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 거기다 김인남과 관련된 인물들을 모조리 죽여나가면서 본의 아니게 김인남이 머문 자리에 희생자들이 속출하게 만들었는데, 게 중에는 김인남을 끝까지 도우려고 한 인물들도 있어 사람 좀 그만 죽이고 다녀라 하는 소리가 속으로 나왔을 정도였어요.

특이하게도 여기서 주인공 김인남의 조력자로 활약하는 것은 아직 수술 전의 트렌스젠더인 유이(배우 박정민 분)인데, 처음엔 매우 경박한 모습을 보여줘서 민폐 캐릭터가 되겠거니 하는 예상을 깨고 김인남에게 끝까지 도움을 주는 모습으로 나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인남을 순순히 도와준 이유도 특이했는데, 여자가 되려는 수술을 받으려고 태국에 오긴 왔지만 한국에는 아직 어린 아들이 있어서 딸을 잃어버린 김인남에게 감정 이입을 했던 모양. 하여간 유이는 살아남은 김인남의 딸 유민을 구출하고 함께 파나마로 떠나면서 결말을 장식하기까지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인남의 딸인 유민은 트라우마가 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 속 캐릭터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영화의 내용은 주인공이 딸을 구하고 자신을 쫓는 빌런과 싸우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독특한 개성 그리고 한국이 아닌 태국이라는 이국적인 배경 탓에 그 분위기가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쫓고 쫓기는 내용이기 때문에 내용이 꽤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몰입을 유도하기도 했고요. 다만 좀 아쉬운 점이라면 추석 특선 영화고 원래 청불인 영화를 TV 방영에 맞게 편집을 하다 보니 극장에서 보지 않았어도 잘려나간 컷이 많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들더라고요.

728x90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덩케르크』 리뷰  (0) 2025.01.27
『1917』 리뷰  (0) 2025.01.26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리뷰  (0) 2025.01.23
『캣츠』 리뷰  (0) 2025.01.22
『모가디슈』 리뷰  (0) 2025.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