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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이인식의 세계 신화 여행』 전2권 리뷰

by 0I사금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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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세계 신화 여행(전2권)』은 전에 읽은 책들과 다르게 좀 더 다양한 신화들을 테마별로 묶어서 풀어줍니다. 그리스신화와 중국신화만이 아니라 북유럽신화, 수메르신화, 성경, 북미인디언 신화, 폴리네시아 신화, 중남미 신화, 이집트신화, 인도신화 등 다양한 신화가 등장합니다. 총테마는 16가지로 각각 다른 나라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유사한 요소들을 찾아가는데 그 주제는 창조신화 속의 카오스(혼돈), 거인족, 인간의 창조, 변신, 죽음,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신, 대홍수신화, 불의 탄생, 불로장생, 대장장이, 농업, 잠업, 동성애, 태양숭배, 뱀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책에선 신화의 내용을 소개해주고 그다음엔 좀 더 신화에 관련된 현대적인 해석이 곁들여지는 것도 볼만하고요.

 

예를 들어 거인족의 전설은 과거 사람들이 빙하기 때 멸종한 매머드나 자이언트 나무늘보의 뼈를 거인의 뼈로 오인하여 그런 이야기가 탄생했을 가능성을 짚어주는 점이라거나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으로 이집트에서 미라를 보존했던 것처럼 현대에도 영생을 꿈꾸며 시체를 냉동보존하는 사람들이 있다거나, 중남미에서 숭배되는 신 케찰코아틀과 카카오나무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초콜릿이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간식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줍니다. 신화와 현대적인 해석을 곁들인 이 책은 단순 신화만이 아니라 인간 역사의 한 단면을 알게 해주는 부분도 있더군요.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지루하지 않게끔 재미난 삽화와 사진들을 삽입하여 읽는 재미를 돋우지요. 개인적으로 북미인디언신화 부분에 등장하는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천둥새의 조각이 참 귀엽게 느껴지더군요. 

 

좀 아쉬운 것은 세계신화를 설명하는 책임에도 한국의 신화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신화엔 공통의 요소가 등장하니 한국신화에도 비슷한 소재가 등장할 텐데 분량의 문제인지 한국신화는 제외되어 있더군요. 그 부분이 읽으면서 좀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내용의 구성에도 아쉬운 점이 좀 있었는데, 2권 같은 경우 1권에 비해 신화의 폭이 좀 좁아져서 서구 신화에 상당수가 치중한 느낌이었어요. 1권은 유명한 그리스 신화나 북유럽 신화만이 아니라 인도신화, 중국신화, 이집트신화, 메소포타미아 신화 등 그 비율이 지역과 나라마다 비슷한 분량으로 등장한 반면 2권의 대다수는 서구신화인 그리스로마신화, 북유럽신화, 성경에 치중했다는 것, 그중에도 그리스 신화에 많이 페이지를 할애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그리스로마신화나 북유럽신화, 성경의 내용이 원전에서도 길기 때문에 그 때문에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역시 1권에 비해선 많이 아쉽더라고요. 물론 내용 중간에 중국과 같은 나라의 신화도 등장합니다만 상대적으로 그 비중이 적은 편입니다. 성경은 그렇다 쳐도 그리스로마신화의 영웅 이야기나, 북유럽신화의 대다수는 이미 읽어본 내용이라 2권에선 새로운 내용을 알기보단 복습의 경향이 더 컸고요. 다만 현실적이거나 과학적인 해석의 부분은 1권보다 2권에서 내용이 더 길어진 감이 있습니다. 2권의 마지막은 신화 속 종말론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성경 속의 종말론과 북유럽신화의 라그나뢰크로 그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성경의 종말 예언은 무언가 섬뜩함을, 북유럽신화의 신들의 몰락은 뭔가 비장미를 느끼게 합니다만 두 신화 모두가 새로운 천년왕국 내지 새로운 신들이 다스리는 낙원의 출현을 예고하면서 끝이 아닌 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네요. 따지고 보면 종말론만큼 인간들에게 인기 있는 이야기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에게 종말론이나 멸망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 항상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를 '말세'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요. 어쩌면 멸망설이나 종말론이 인기가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의 자기 잘못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 같기도 하고요. 어느 때든 예언이나 종말설이 괴담처럼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만 언제나 그러했듯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거 같단 생각이. 무슨 생각을 하든 인간들 세상은 잘 굴러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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