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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명화 경제토크』 리뷰

by 0I사금 2025.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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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경제 쪽으로 아는 것은 없다시피 한 데다 경제 자체가 좀 어려워 보이는 분야라 대개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이 책을 빌려온 이유는 다른 책을 찾으러 갔다가 그 책은 없고 대신 '명화'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것을 보고 좀 읽기 쉽지 않을까 해서 빌려오게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유명한 '그림'을 가지고 그 그림의 시대배경, 그 화가가 그 그림을 그리게 된 경위 혹은 관련된 에피소드를 가지고 경제적인 용어나 상식, 경제사를 살펴보는 내용입니다. 경제 쪽으로는 아는 게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아는 단어들도 등장하고 명화도 보고 역사도 같이 공부하는 격이 되었달까요?


​책의 내용은 황금보다 더 비싼 값을 받았던 성모 마리아 그림에 쓰이는 울트라마린이라는 파란 물감에서 시작해 미술품의 가격 책정 문제나 에드가 드가의 '모자 상점에서'의 그림을 통해 당대의 유행과 시장경제의 모습을, 한스 홀바인의 '게오르그 기체의 초상화'를 통해선 영국에 중상주의가 서서히 대두한 배경을, '곰의 가죽'이라는 미술품 투자 조합의 성립과 해체를 통해 투자의 방법과 형태 같은 것들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명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구요. 경제 상식과 아울러 역사 지식까지 같이 전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다니엘 세게르스라는 화가의 튤립 정물화를 통해 17세기 네덜란드에 불었던 튤립 투기 광풍을 고찰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학교 다닐 무렵 세계사 책에 실려있던 것이라 익숙한 내용인데, 여기선 더 자세하게 사람들이 어떤 튤립을 선호하였으며 왜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투기에 뛰어들었는지 그 심리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그 투기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그 투기로 인해 생겨난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같이 첨가되어 있어요. 예를 들면 부잣집에서 튤립을 키우지 않으면 교양 없는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거나 어떤 선원이 튤립의 구근을 양파로 알고 먹었다가 징역살이를 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투기란 게 으레 그렇지만 튤립 투기는 튤립이라는 꽃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가치보다는 이것을 사고 팔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믿음 때문에  빚을 내어 값비싼 튤립을 사고 그 구근까지 파헤치는 등 그 광풍이 심해졌고 몇몇 현명한 소수의 사람만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열풍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 속에 빠졌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튤립 투기의 거품이 확 빠지는 순간 파산하거나 알거지가 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고 그 결과 네덜란드 국가경제 자체가 위태로워질 정도였다고 하는군요. 


왠지 이걸 보면 예전 다큐로 본 일본 버블경제의 한 단면을 보는 것도 같은데 따지고 보면 이런 투기 열풍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거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순 없고요. 아무래도 쉽게 거액을 벌려는 인간의 욕심이 빚어내는 일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거 같습니다. 단순 경제사를 알려주는 것 외에도 이 튤립 이야기는 여러모로 느껴지는 게 많았습니다. 외에도 재미난 이야기가 많은데 화가들의 그림은 단순히 미적인 가치 외에도 당시의 시대상을 증언하는 여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을 볼 수 있던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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