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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이야기 동물원 : 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 리뷰

by 0I사금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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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야기 동물원 : 설화 속 동물 인간을 말하다』는 표지가 화려한 게 확 끌려서 빌려본 책이라고 할까요. 민화 속 다양한 동물이 표지에 그려져 있길래 혹시 설화와 함께 민화나 재미난 그림들도 같이 보여주지 않을까 해서 빌린 책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림 자료는 그리 많지 않았어요. 책의 대부분은 제목과 같이 우리 전래 이야기 속 동물들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더군요. 전래동화는 어릴 적에 누구라도 한 번쯤은 읽어봤을 테니 그 내용들이야 충분히 짐작이 가지만 옛이야기도 추억하고 어째서 옛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해서 읽어봤습니다.


책은 크게 여섯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동물의 생태나 이름에서 착안한 동물 유래관 이야기들이 첫 번째, 사람들의 욕망이 투영된 야한 동물관이 두 번째, 풍자적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변신동물관이 세 번째, 동물들에게 얽힌 신령한 이야기들이 네 번째,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보이는 동물 대결관이 다섯 번째, 벌레와 곤충처럼 작은 동물들의 이야기인 숨은 동물관이 여섯 번째입니다. 읽다 보면 놀란 것은 우리나라의 동물 민담이나 설화가 바닷속 생선에서부터 이 같은 벌레까지 아주 소재가 다양하다는 것이며 같은 동물도 각각의 민담이나 설화에 따라 어떨 때는 무서운 요물로, 어떨 때는 어리숙해서 우스운 모습으로, 어떨 때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책속에서 변신동물관에 등장하는 뱀 이야기는 사랑을 이루지 못해 죽은 안타까운 영혼들의 변한 모습이면서 자신의 사랑이 모욕당해 원통하게 죽은 처녀가 보복을 위해 현신한 모습으로도 등장하기도 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복을 안겨주는 업신의 모습으로도 등장하지요. 그리고 우리들이 민담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호랑이도 인간에게 깨달음을 주는 신령한 동물이면서 겨우 비루먹은 강아지에게 된통 당하거나 수달의 허풍에 나가떨어지는 바보 같은 모습으로도 등장합니다. 대개 동물의 본래의 생태를 설명하기보다는 그 생태에 맞추어 인간들에게 무언가 암시를 주려는 대목들이 많은데 대개 인간들의 탐욕이나 허실을 깨우치기 위한 방편으로 동물 민담들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책에서 등장하는 민담의 대다수의 소재는 인간의 탐욕을 비판하기 위한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중에서 인간의 욕망을 투영한 야한 동물 설화들을 우스우면서 약간 징글맞은 구석이 있더군요. 책에 등장하는 동물 설화들은 대개 익히 아는 것이 많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게 바로 황룡사 지네 설화나 거미에 얽힌 설화입니다. 왠지 설화 중에서도 인상이 깊어서 한번 써봅니다. 황룡사의 설화는 황해도 장연군에 위치했던 황룡사라는 절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절에서 매일 같이 사람이 한 명씩 사라지자 그 절의 사람들은 언제 자기 차례가 될까 두려워 공포에 질립니다. 어느 날 우연히 지나가던 고승이 방책을 알려주는데 닭을 천마리 키우면 사람들이 무사할 수 있다는 말에 절의 중들이 닭을 풀어서 키우게 되죠. 

 

어느 날 닭들이 먹이를 먹다가 부리에 피를 묻히고 와서, 의아하게 여긴 사람들이 닭들을 쫓아가자 그곳에는 한 발이나 되는 거대한 지네가 닭들에게 쪼여 죽어 있었습니다. 즉, 그 지네가 매일 사람들을 잡아먹은 원흉이었다는 것. 거미 설화의 내용은 다음처럼 요약됩니다. 한 처녀가 우연히 거미줄에 걸린 학을 보고 그 학을 구해주기 위해 거미를 눌러 죽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처녀의 배가 불러와 아들을 낳게 되었는데 그 아들이 다 커서도 어머니의 젖을 빨려고 하지요. 어머니는 스무 살이 넘도록 젖을 빨려는 아들이 징그럽고 무섭기도 하고 게다가 오래도록 젖이 빨려서 진이 다 빠져 죽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몰래 도망칩니다. 그때 한 도포를 입은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자기 도포 밑으로 숨겨주지요. 

 

어머니가 도망친 것을 알아챈 아들은 낫을 들고 어머니를 쫓아오다가 도포를 입은 남자에게 낫을 뺏기고 살해당합니다. 아들은 죽자 거대한 거미로 변하고 도포를 입은 남자는 여인에게 절을 하는데 바로 그 남자가 여인이 구해준 학이었다는 것. 이 두 가지 설화는 우리나라 설화 구조에서도 흔한 요물 퇴치 설화나 복수 설화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사람을 잡아먹는 거대한 지네 모습 요괴라거나, 복수를 위해 아들로 태어나 엄마의 진을 빨아먹은 거미요괴라는 점등 좀 엽기적인 구석이 있다는 데서 인상 깊더군요. 여우누이 설화를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설화들 중에서도 이게 특히 오싹한 면모와 뭔가 환상적인 면모가 짙기 때문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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