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 10화, 최종화 리뷰입니다. 원래는 본방을 사수해야 했지만, 어제는 사정이 있어 TV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에야 재방송을 통해 마지막화를 볼 수 있었는데요. 드라마를 보기 이전, 목요일에 티빙에서 미리 회차들이 선공개되기 때문에 약간의 스포일러라도 찾을 생각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마지막화에 대한 좋은 평가들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용두용미라는 최고의 평가까지 찾을 수 있었는데 일관되게 호평들이 나온 걸 보면 마지막화에서 삐끗할 이유 없이 마무리가 깔끔하겠거니 안도와 기대감을 가지고 마지막화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를 다 감상하고 난 다음에는 서동재답지만, 이전의 서동재와는 확실하게 다르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다른 등장인물들의 결말까지 깔끔하게 챙겨주면서 찜찜함이 남지 않는 마무리가 되었다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일단 10화는 지난 회차에서 잡아낸 남완성의 혐의, 공사장에서 생매장당한 시신을 가지고 그의 살인 혐의를 증명하기 위한 재판으로 시작하는데요. 당연한 소리겠지만 이 드라마의 최종 빌런이 남완성이었고, 드라마 내내 존재감을 자랑했던만큼 이번 재판도 한 회차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보여줍니다. 남완성의 변호사 주정기는 꽤나 유리하고 능숙하게 재판을 이끌며 검사인 김지희를 몰아세우는데, 저 변호사도 빌런 측 인물이라 나쁜 짓에 가담해서 그렇지 본업에서는 유능한 인물로 묘사되더라고요. 남겨레의 재판에서 작정하고 시나리오를 꾸며서 의뢰인인 남완성 쪽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이끄는 걸 보면 알 수 있는데, 검사로써 서동재가 재판에 참여하는 장면이 안나와서 그렇지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맞붙었다면 재미난 광경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 싶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서 남완성 측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 있는 박찬혁과 서동재를 증인으로 선택하는데요. 이 행동에는 그들이 과거에 약점이 있다는 것과 그런 점을 이용해 그들의 증언을 검사 쪽에서 불리하게 적용하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서동재가 남완성의 살인 혐의를 증명해줄 시신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후배인 황시목 이름을 사칭하여 공사장 인부로 취직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기까지 하는데, 서동재는 더한 흑역사도 많고 이미 드러난 게 많아 딱히 더 창피할 일도 아니었겠다 싶더라고요. 물론 검사들이라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남완성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장면들이 나오던데 재판 전 서동재 일행은 남완성의 블랙박스가 살인 사건이 있던 5월 시점 영상이 사라진 걸 의문스럽게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가 하나 발견되는데, 남완성이 유치장에 가 있는 동안 그의 아들 남겨레가 차문을 열고 블랙박스에 손을 대는 영상이 그대로 찍혀 있고 그 아들이 아버지의 명령을 받아 블랙박스 메모리에 손을 댔다는 걸 파악하게 돼요. 아들인 남겨레가 블랙박스에 손을 댔다는 증거는 다름 아닌 남완성 스스로가 남긴 셈이었는데, 유치장에서 아들에게 통화를 하면서 블랙박스를 없애라고 말하는 내용이 그대로 녹음되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판사가 유치장에선 통화가 녹음된다는 사실을 몰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대답하며 허탈하게 웃고 이후 난동을 부리는 걸 보면 정말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되더라고요. 그런데 남완성 같이 자기 비위에 거슬리는 사람을 잔인하게 처단하는 범죄자도 은근 허술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게 오히려 범죄자들이 신처럼 다른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며 상황을 빠져나가는 게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으니까요.
따지고 보면, 초반부 행복식당 사장도 살인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거의 장르가 공포물로 바뀌는 수준의 연출이 나왔지만 이 드라마의 장르에 따라 거침없이 망가지며 서동재와 엮였던 걸 보면 말이죠. 이 드라마에서 인위적일 정도로 유능하고 천재적인 악당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남완성이 대놓고 판사 앞에서 욕설을 퍼붓는 건 예상도 못했는데 그 성격을 보면 충분히 할 법한 일이기도 했지만 이후 검사들이 남완성이 저 행동을 후회했을지 속시원했을지 궁금해하는 장면도 현실적이다 싶었습니다. 어쨌든 남완성 사건이 종결되고 이후 서동재는 징계위원회에 다시 회부되어 어떤 처분을 받을지 기다리게 되는데요. 동료 검사인 김지희가 이에 걱정을 하며 서동재를 약간 두둔하자 조병건이 한 올해 사람 살렸다고 지난 해 사람 죽인 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드라마의 핵심을 찌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하자면 이 드라마가 서동재를 미화하려는 의도는 아니며, 성장을 그리기는 하지만 그가 치러야 할 과정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생각. 조병건이 좀 얄미운 포지션이긴 합니다만 나중에 밝혀지길 비리는 없고 검사로 할 일 확실히 하면서 사회정의를 구현한 인물도 맞는지라 딱히 반박할 거리도 없었고요. 결국 서동재는 과거에 저지른 잘못도 있지만, 이번 시즌에서 세운 공도 있기 때문에 2개월 동안 면직되었다가 후에 강원철 검사가 만든 특별 감찰수사팀에 채용되게 됩니다. 그런데 서동재가 감찰수사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아무래도 검사들의 비리에 대해선 자신도 경험해봐서 잘 아는 입장이기 때문인듯. 하여간 서동재가 부장 검사의 비리를 밝힌 뒤, 후일담을 보면 김지희가 그 부장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보이며 조병건은 원하던 대로 대검으로 가고 서동재는 자신의 새로운 직무에 자부심을 갖는 모습으로 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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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완성이 수감된 교도소에서 깨알같이 재등장한 행복식당 사장의 모습이 웃겼습니다. 방에서 다른 범죄자들 제치고 대장 노릇을 하는 것 같은데 하필 남완성과 같은 방이라 남완성이 어떻게 업보를 청산할 지 상상이 가서요. 참고로 아들인 남겨레는 아버지 수감 이후, 더 지켜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인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초범이라 집행 유예를 받았다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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