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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우리, 집』 12화(최종화) 리뷰 (2024. 6. 29. 작성)

by 0I사금 202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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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우리, 집』 12화 최종화를 드디어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1화부터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본방사수한 드라마인데, 마지막 화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인공을 비롯 등장인물들이 제각기 성장을 이루면서 깔끔한 마무리를 내었다는 데서 만족스러웠다고 할까요? 심지어 마지막에 홍사강의 결심과 노영원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어필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면서 놀라웠던 건 제목의 '우리'가 자신들을 칭하는 '우리'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가두는 장소로써 '우리'를 칭한다는 거였습니다. 또 홍사강의 뜻에 따라 노영원의 가족들은 그 집에서 합쳐서 하하 호호 사는 게 아니라 제 갈 길을 가게 되어 거리를 두면서도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는 결말이었는데요. 


후반부에 노영원의 가족이 화해 모드에 들어가고 이세나의 덫에 걸린 거였다고 하지만, 가장인 최재진이 사고를 친 탓에 과연 저 가족이 재결합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의문이 들었는데 마지막에 노영원은 노영원대로, 최재진은 최재진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되면서 기존의 클리셰를 깨되 성장 서사로써 완벽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가족이 해체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가족애를 손상시키는 의미는 아니며, 오히려 완벽한 가족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삶을 무시하고 구성원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했고요. 마지막 집을 떠나 별장에서 은거하게 된 홍사강을 만난 뒤 돌아가던 노영원이 가족도 타인이라는 점을 인지하는 나레이션이 이를 증명하는 느낌. 이 결말을 통해  왜 제목이 '우리집'이 아니라 중간에 쉼표가 있는 『우리, 집』인지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좀 아쉬웠던 점을 지적하자면, 빌런인 이세나의 서사였는데 그간 드라마를 보면서 이세나가 노영원에게 왜 저렇게 집착하고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지 의문을 품은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그 정확한 이유나 계기가 등장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악역한테 특별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특별히 그런 것은 없이 이세나는 도현을 인질 삼아 노영원을 농락하려다 스스로 불을 지르고 그 안에서 춤을 추며 자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는데요. 이세나가 노영원을 물고 늘어진 건 자신의 사고와 반대되는 말을 노영원이 TV 프로그램에서 했기 때문이 맞는 모양. 이세나가 그간 저지른 짓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인공인 노영원에게 질기게 위해를 가한 이유가 단순 그것뿐이라고 한다면 어딘가 허무해지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사소한 것이라도 이유를 더 부각시켰으면 이세나의 캐릭터와 서사에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서사와는 별개로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으며 왠지 행적을 보면 비상한 머리와 남을 거리낌 없이 희생시키는 비정함 등 타사 드라마 『구경이』의 빌런 K를 연상시키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세나가 퇴장한 이후 드라마의 나머지 내용은 다른 인물들의 서사를 마무리하는 전개가 되었는데 그동안 이세나만큼의 비상함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싶었던 오지은의 서사 역시 무난하게 마무리되더라고요. 오지은이 그간 어그로를 끌어온 것이 있기는 하지만 오지은 입장에선 홍사강이 가해자라고 할 수 있어서 실제로 억울한 면이 없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드라마가 등장인물들을 허무하게 마무리 짓지 않은 것이 홍사강과 나름 화해한 오지은 역시 결말에선 병원을 물려받고 유명한 의사가 된 데다 남자친구였던 구경태와 더 마음을 터놓고 연인으로 발전하여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더 이상 그 삶에 위태로운 면은 없을 거라고 암시하며 드라마 나름 캐릭터에 대해 배려를 해준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은 문태오의 결말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는데 이세나가 불길 속으로 퇴장하고 1년 뒤 노영원은 교도소 교정 상담의로 진로를 바꿔 그간 자신을 괴롭혀온 문태오를 상담하는 등, 빌런인 문태오에게마저 한 번 더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문태오는 처음엔 빽빽거리다가 노영원의 포스에 눌려 점차 온순해지는 모습이 약간의 개그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최재진은 그간 대리 수술을 했던 걸 시인한 뒤 의사 면허를 반납하는 등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정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의사를 그만둔 그는 후에 유기견 보호 센터에서 버려진 개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게 되는데 초반에 보여준 회피적인 캐릭터와는 천치 차이라고 할까 캐릭터에 대한 인상이 지금에 와선 아주 달라졌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요. 성장형 캐릭터의 묘미가 저런 거구나 싶었다고 할까... 또 아들인 도현은 도현대로 미국에서 준호를 만나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그 외에도 노영원의 비서인 라경이 가게를 열어 아르바이트생으로 소이를 고용하며 잘 지내는 모습을 비추어 줍니다. 노영원의 동생인 노영민도 여전히 기발한 사업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 같지만 친구인 승재와 함께 국수가게를 운영하면서 나름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고요.


그리고 박실장은 별장에서 홍사강과 연인이 되었다는 암시가 나와 이쪽도 원하는 바를 이룬 느낌. 드라마의 엔딩은 눈이 가득 쌓인 설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깊은 인상을 남겨줬는데요. 마지막 나레이션을 남기며 걸어가던 노영원이 미끄러지면서 설원 위에 눕고 눈이 오는 모습을 구경하게 되는 장면은 거의 CF 수준의 영상미를 보여주더라고요. 또한 한번 미끄러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대사와 함께 완벽해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드라마의 제목과 그간 부제를 홍사강의 신작 추리소설의 제목과 목차로 이용한 점도 기발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아쉬운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캐릭터의 성장 서사 그리고 보기 드물게 고부간이라는 여성 연대를 독특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의미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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