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크래시』는 제가 블로그에 리뷰를 올린 바 있던 ENA 드라마 『야한 사진관』의 후속으로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입니다. 예고편에서부터 암시된 내용이긴 하지만, 범죄 수사물이면서 담당하는 내용들이 교통범죄라는 데서 소재가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하지만 흥미가 생긴 것과 별개로 사정이 있어 1화부터 본방을 보기가 어려웠고 간간이 재미있다는 사람들의 평을 접했어도 최근 재방송의 시간도 맞추기가 어려워 6화가 진행되기까지 손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희한하게 재방송을 보게 되더라도 앞부분은 놓치고 중간 회차의 중반 부분부터 보게 되는 바람에 내용 이해가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고요. 하지만 ENA 채널에서 1화부터 6화까지 재방송을 해 준 덕택에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드라마를 제대로 정주행 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드라마를 보면서 좀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은 주인공들인 교통범죄 수사팀인 TCI 팀의 구성이었는데요. 주인공인 차연호(배우 이민기 분)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TCI 팀의 멤버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조사관으로 출연하여 보험 사기 사건을 조사하다가 TCI 팀과 엮이는 것으로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TCI 팀 멤버들의 위치도 처음 예상한 것과 약간 달랐는데 처음엔 민소희 형사(배우 곽선영 분)가 팀장이며, 정채만 형사(배우 허성태 분)가 반장일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민소희가 팀을 이끄는 반장이며 정채만이 팀장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정채만이 좀 더 팀의 중심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짬이 더 많아 보이는 그가 반장이 아니라 팀장에 있는 건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채만 형사의 부인이 뺑소니로 사망한 사건도 그냥 나온 게 아닌 것으로 여겨졌고요.
1화와 2화의 내용은 카이스트 출신이면서 여러모로 유능하지만 사회성은 부족해 보이는 차연호가 보험살인 사건을 조사하면서 TCI 팀과 엮이고 그 팀의 멤버가 되어가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 다뤄진 사건은 보험금을 노려 자기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하고, 또 그에 대비하여 다른 노인들마저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차로 친 사건인데 TCI 팀은 팀대로 차연호는 차연호대로 구르면서 사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보면 주인공인 차연호가 혼자 다니면서 범인을 마주하다 보니 다치는 경우가 좀 많은 편) 어찌 보면 반장인 민소희, 팀장인 정채만, 그리고 자동차에 대해선 정보가 탁월한 우동기(배우 이호철 분), 막내지만 자기 한몫을 다하는 어현경(배우 문희 분)으로 이루어져 있던 TCI 팀에 내향적이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극히 적은 차연호가 스며드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또 특수한 사건을 다루면서 주인공들의 성격적인 특성이나 개성이 희미해지지 않는 등 내용의 균형을 이룬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교통사고와 그와 관련된 범죄가 소재다 보니 특이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어쩌면 현실에서 있을 법한 내용을 다뤘다면, 3화의 사건은 귀신이 등장하여 갑작스레 오컬트로 장르가 전화하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알고 보니 사고를 유발하고 이득을 취하려던 조직이 귀신으로 분장하고 주변 환경을 조작하여 꾸며낸 사건이라는 것을 밝혀내면서 유쾌하게 마무리 지었던 느낌. 반면 4화와 5화에 등장한 알코올중독자 노인이 사망한 뒤 차에 치인 사건(역과 사고)은 택시 기사가 신고를 망설인 덕에 안타깝게도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기회를 놓치는 등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사건을 풀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는 교통사고와 관련된 범죄를 다루면서도 그 톤을 지나치게 암울하지 않게, 동시에 사건의 심각성을 희석시키지 않는 균형을 이루며 TCI 팀이 사건을 해결하는 활극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생각. 재미있게도 4화와 5화에서 해결한 역과 사고는 또 다른 사건, 바로 연쇄 강간 사건과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었는데요. TCI 팀이 겨우 알아낸 정보를 본청 소속팀에서 빼내어 자기들 공적으로 만드는 장면은 열받긴 했지만, 결국 TCI 팀의 판단이 옳았고 그들의 노력이 다른 수사팀의 이해를 받고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가는 부분에선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을 정도. 또한 6화의 연쇄 강간 사건을 해결하는데 차연호가 공을 세우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극복해 나가면서 성장물로서의 일면을 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드라마에 현실의 답답함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았는데요.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차연호가 과거 일으킨 교통사고에 진짜 가해자가 따로 있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조작하여 차연호를 방패막이로 내세웠다는 의혹입니다. 당시 차연호 사건을 조작한 건 민소희 형사의 연인이'었'던 본청 소속의 이태주와 현 경찰청 차장으로 추측되던데 현재 이걸 눈치채고 있는 인물은 바로 팀장인 정채만으로 추정되며 그가 차연호의 과거사를 알고도 그를 아무 말 없이 받아준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이더라고요. 당시 사고의 피해자 유족들도 차연호를 탓하지 않는 걸 보면 (이건 차연호가 피해자와 유족에게 계속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 덕도 있음) 차연호가 일으켰던 교통사고의 진짜 가해자는 망나니 재벌 2세들이 확실해 보이던데요. 이들 중 하나는 자기 아버지 회사의 여성 직원을 성추행하고 협박까지 시전 한 작자인데 이 사건에선 성추행을 피하려던 여성 직원이 차에서 뛰어내려 사고를 당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굉장히 찜찜하게 마무리된 편. 그런데 문제의 가해자는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지 과거 교통사고를 자신들이 일으켰으면서 차연호를 가해자로 몰아 익명으로 경찰서 홈페이지에 저격하는 글을 올리기까지 하거든요. 이게 진짜 이해가 안 되는 게 자신들이 저지른 사건을 자기들 입으로 언급하여 화제로 만들게 되면 거기에 의혹이 생길 수도 있고,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도 거리낌 없이 그런 짓을 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건 진짜 머리가 나쁜 놈이라는 생각만... 나중에 이 가해자는 의문의 인물에게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당하면서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사고를 일으킨 인물은 사건 관계자들에게 당시 뉴스 기사를 인쇄하여 협박편지를 보낸 이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더라고요. 과연 그 정체가 누구인지 의문을 품게 하면서 6화는 엔딩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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