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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슈카와 미나토 단편집 『도시전설 세피아』 외 리뷰

by 0I사금 202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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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인 『오늘은 서비스데이』라는 단편집을 리뷰한 적이 있었는데  때도 언급했었지만 전 작가의 데뷔작인 『도시 전설 세피아』를 접하고 반해버려서 도서관에 있는 소설집을 다 빌려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슈카와 미나토'의 소설집이라고 해봤자 찾을 수 있던 것이 『도시전설 세피아』, 『꽃밥』, 『수은충』, 그리고 위의 『오늘은 서비스데이』까지 합해 네 종류밖에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수가 적기 때문에 작가의 성향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요. 

 

제가 가장 처음 접한 슈카와 미나토의 소설은 앞서 이야기했듯, 『도시전설 세피아』라는 제목의 단편집입니다. 노스탤직 호러니 뭐니 하는 복잡한 단어를 치우고 보더라도 슈카와 미나토의 소설은 기묘한 분위기를 내는 게 많습니다. 평범한 일상과 환상이 섞여 들어간 듯한 내용이랄까요? 그리고 의외로 스토리를 가볍게 진행하는 듯하면서도 실은 비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런 면은 다음 단편집인 『꽃밥』에서도 이어지는데 비극적인 면으로 치자면 『꽃밥』이 한층 더 강화된 느낌이었어요.


『도시전설 세피아』에 실려 있는 단편들은 총 다섯가지 「올빼미 사내」, 「어제의 공원」, 「아이스맨」, 「사자연」, 「월석」입니다.  『도시전설 세피아』라는 제목의 소설은 없고, 다만 실려있는 소설들의 내용이 도시전설과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저런 제목이 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각각의 소설들이 다 맘에 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반전 코드도 있고 일단 그 분위기들이 맘에 들더라고요. 이 중 타임슬립이란 소재를 다룬 「어제의 공원」은 일본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서 한번 활용되지 않았었나 가물가물하게 기억합니다.


슈카와 미나토의 다른 단편집 『꽃밥』으로이 단편집에 실려있는 소설은 「꽃밥」, 「도까비의 밤」, 「요정 생물」, 「참 묘한 세상」, 「오쿠린바」, 「얼음나비」 전부 여섯 가지 단편입니다. 데뷔작인 『도시전설 세피아』와 마찬가지로 슈카와 미나토 특유의 환상적인 코드는 여전히 이어지지만, 내용에 있어서 더 애잔한 느낌이 나는 단편집입니다. 아마 슈카와 미나토 특유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이 드러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여기에 실린 단편집 중 재일 교포 어린아이의 슬픈 삶이 드러나는 도까비의 밤」이나 소외받는 아이와 여성의 우정을 그린 「얼음 나비」 같은 소설이 그런 경우인데, 여기서 드러난 사회적 약자나 상처받은 사람들의 슬픔이 다음 소설인 『수은충』에서 이어져 그 비극성이 도드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아마 소설 속에서 일본인들이 부정하는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다룬 경우도 특이하지 않나 싶고요.  『수은충』에서 도시전설 세피아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꽃밥』의 단편들에 드러나는 비극성이 배로 강해지는데요.


그래서 『수은충』을 읽고 난 뒤 『오늘은 서비스데이』를 읽었을 때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전작의 분위기에 비하면 오늘은 서비스데이는 유머러스한 코드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수은충』 역시 단편집이긴 합니다만 특이하게 연작의 분위기를 띄기도 하는데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악의가 폭발할 거 같은 때가 되면 그 사람의 머릿속을 갉아먹는 것 같은 느낌으로 나타난다는 가공의 벌레인 '수은충'이 각각의 소설에 한번씩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설은 다 다른 시공간을 배경으로 각각의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요.


실려있는 소설들의 제목도 비슷한데 「고엽의 날」, 「겨울비의 날」, 「잔설의 날」, 「대울타리의 날」, 「박빙의 날」, 「미열의 날」, 「병묘의 날」 이렇게 되어 있어요. 『수은충』은 앞서의 단편집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환상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내용은 좀 더 비극적이라 어찌 보면 현실적인 잔혹동화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등장하는 소재들이 불륜, 왕따, 근친상간, 자살, 마약 등 꽤 현실적이면서 자극적인 소재를 취하고 있는데 그 자극적인 이야기를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로 형상화시켰다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소재에 대한 거부감은 덜해진 반면 기존의 두 단편집보다는 더 오싹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 동급생을 집단 따돌림 하여 인생을 망가뜨린 오만한 여자가 징벌받는 「박빙의 날」이나, 어른들이 숨겨놓은 마약을 담배로 착각하여 몰래 피던 초등학생들이 환각 때문에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미열의 날」 같은 경우는 다른 단편에 비해 강도가 센 편이었단 생각이. 게다가 내용이 내용이라서 그런가요, 묘하게 환상적인 소재들을 취하면서도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느껴지지 않나 싶은 단편집이었어요.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슈카와 미나토의 단편집 세 가지를 한꺼번에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번역되어 나온 소설이 아마 제가 읽지 못한 게 더 있지 않나 싶은데, 이 책들도 조만간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단 생각이 들고요. 종종 맘에 드는 작가들 중에는 소설을 많이 내지 않은 작가들 같은 경우 첫 소설에 비해 후반 소설들이 가진 힘이 부족하거나 그 특유의 색채가 옅어지는 경우가 있어 아쉬운 경우도 있었는데 슈카와 미나토는 아직 그런 경향은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환상적인 내용을 다룬 소설들을 더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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