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 11화 리뷰입니다. 이제 이 드라마도 다음 화면 종영인데, 그래서 그런 건지 몰라도 이번 11화는 다른 회차보다 좀 더 상황이 우울하게 전개되면서도 내용이 정리되어가는 느낌이었네요. 일단 이번 11화에선 윤정년이 매란국극단에 성공적으로 복귀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회차부터 이어진 홍주란과의 오해 섞인 감정도 해소하기도 했고 허영서와는 진정한 라이벌로 인정하면서 쌍방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외부적으로 사정이 매우 나빠졌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이젠 공연을 어떻게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극단이 유지될 수 있는지가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사활을 걸었던 합동공연은 주연이자 인기스타였던 문옥경의 갑작스러운 잠적으로 중단되어 매란국극단이 그 손해와 위약금을 떠맡으며 재정이 위태로워지거든요.
그런데 이런 사태에 문옥경의 영향이 너무 커져서, 큰 공연의 중요한 역할임에도 더 이상 자신이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화계로 떠나버린 그의 태도가 지나치게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원작을 보지 못했지만 원작의 문옥경은 영화판으로 떠난다고 해도 자신의 공연은 다 완수하고 떠났다고 하던데, 드라마의 문옥경은 그야말로 매란국극단에 악영향을 끼치고 퇴장하는 등 그야말로 고난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가 갑작스럽게 망가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드라마 상에서 국극이 아닌 영화나 TV 방송이 언급되어 그 영향력이 커질 거라는 암시도 있고 실제 역사 속에서 국극의 존재가 쇠퇴하듯 그것을 암시하는 대사들이 나왔었기 때문에 매란국극단의 입지도 좁아질 거라는 예측은 있었지만요.
여기에 국극단의 원고를 쓰던 작가가 영화계에 섭외를 받아 더 이상 국극단에 원고를 주지 않거나 상황을 눈치챈 단원들이 일부 떠나버리거나 재정이 위태로워 건물을 팔라는 요구를 대놓고 하는 빌런 포지션의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지금 사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결국 문옥경이라는 생각밖에 안들어 이 드라마의 진짜 빌런은 문옥경이 아니었냐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국극이라는 소재가 참신하고 현재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8화에서 작위적으로 윤정년의 목이 망가지는 장면도 그렇고 캐릭터의 쓰임이나 전개 부분에서 많이 아쉬웠던 부분이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병실에서 무너져 내린 강소복 씬은 더욱 대단했거든요.
그와중에 국극단의 홍보 겸 허영서와 윤정년은 밖에서 무료 공연을 하면서 사람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로 윤정년의 재입단 시험을 치르기로 하는데요. 윤정년은 떡목이 된 상황에서 어머니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떡목이 되어 소리에 빈 자리가 생기면 그 자리를 자신의 몸짓 - 연기로 채우겠다는 결심을 보이며 심청가의 추월만정을 사람들 앞에 선보이게 됩니다. 여기서 심청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윤정년을 통해 단장인 강소복도 희망을 발견하고, 홍주란 역시 윤정년을 응원하면서 그동안 묵은 감정들이 해소되는 전개. 이후 회복한 강소복은 이번엔 큰 스케일의 각본 '신라의 여왕'이 아닌 실험적인 내용인 아사달과 아사녀 전설을 모티브로 한 '쌍탑전설'이란 각본을 선택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윤정년의 호동왕자 연기를 기대하면서 보게 된 드라마이긴 하지만 대미를 장식할 국극은 아무래도 저것인 듯.
그런데 여기서 아사녀 역할로 물망에 오른 홍주란이 집안에서 강요된 결혼 때문에 국극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치고, 이에 윤정년이 크게 상심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요. 이번 회차의 홍주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저 시대에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 어른들이 정하는 대로 결혼을 강요받고 자신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라 어떤 의미에서 굉장히 답답하고 갑갑한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떠나는 홍주란을 배웅하던 윤정년의 모습은 거의 연인을 떠나보내는 모습이나 다를 바 없었는데 여기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여 저도 모르게 몰입하던 부분이 있었어요. 같이 보시던 엄마는 홍주란 같이 꿈이 많은 여성이라면 결국 결혼을 못 버티고 파토낸 뒤 돌아올 것 같다고 하시던데 개인적으로 후의 전개가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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