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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정년이』 12화(최종화) 리뷰

by 0I사금 202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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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12화 드디어 마지막화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기는 했지만 여성국극이라는 그동안 시대 속에서 존재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분야라는 참신한 소재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시청자들이 직접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실감 나는 극 연출 덕에 흥미진진하게 보던 드라마였는데요. 다만 이 드라마 덕에 여성국극에 대해 일부나마 찾아보게 되면서 한때 성황을 누리긴 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밀려 쇠퇴했다는 이야기를 본 적도 있고 이미 작중에서도 매란국극단의 존립 여부가 위태로운 내용이 전개되고 있어 과연 결말이 어찌 날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국극단도 점차 저물어가는 모습으로 고증을 할지, 아니면 드라마만의 허용으로 좀 더 희망찬 엔딩이 날지 그도 저도 아니면 하이라이트인 공연을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나머지 국극단의 미래는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긴 채 열린 결말을 낼지 알 수 없어졌거든요.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마지막 공연인 '쌍탑전설'을 사람들의 환호 속에 마무리짓는 엔딩으로 주인공 윤정년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로 성장할지 친구이자 라이벌인 허영서도 어떤 배우가 될지, 박초록과 다른 단원들도 어떤 운명을 맞을지는 확실하게 결론짓지는 않은 채 오로지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이 났습니다. 매란국극단은 이 공연을 계기로 다시 성공할지 떠난 홍주란이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될지 영화계를 택한 문옥경은 어떤 배우가 될지, 폐인이 되었다가 단장의 충고로 정신을 차린 서혜랑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결코 알 수 없는 엔딩으로 지나치게 결말을 열어놓아 아쉽기 그지없으면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윤정년이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환희에 찬 모습은 그동안 윤정년을 응원하기도 하고 가끔 그 행보에 답답하기도 했던 입장에선 여러모로 감개무량하기도 했어요.
 
또한 마지막 '쌍탑전설' 공연에 윤정년의 노래 스승이었던 패트리샤 김이나 윤정년의 언니와 어머니, 항상 딸을 못마땅해했던 허영서의 어머니까지 찾아오는 등 묵은 감정들이 공연을 통해서 해소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회차에서 의외였던 건 허영서의 어머니였는데 자랑스러워하던 첫째 딸이 성악가를 그만두고 결혼과 함께 집을 나가자 매란국극단의 재활을 위해 유산을 분배해달라던 허영서에게 자신은 아들을 낳지 못해서 무시를 받았지만 그 때문에 딸들을 더 훌륭하게 키우려고 한 것이라고 외치며 당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시련을 보여주었다는 점이에요. 성공한 소프라노에 부유한 삶을 살던 인물이지만 그도 시대적인 편견과 차별에서는 자유롭지 못했고 둘째 딸인 허영서에게 못할 짓을 했지만 그 나름 고통을 간직한 여성이라는 점에서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구석도 있었고요.

또한 드라마의 후반 전개를 본다면 주인공 윤정년의 성장물일뿐만 아니라, 매란국극단의 단장 강소복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고부장의 횡령과 합동 공연의 트러블로 매란국극단의 재정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강소복은 그동안 국극단을 위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고뇌하면서도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재정 문제 때문에 건물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고민하다가 매란국극단은 단원들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지 건물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깨달으며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건물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대단한 결정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특히 후반 '쌍탑전설'을 준비하던 윤정년과 허영서에게 그들의 캐릭터 해석을 존중하며 좀 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는 등 보다 보면 강소복이 여성 국극에 갖는 열정과 열의가 진심이라고 느껴지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강소복 주위 돌아가는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지면서도 그 속에서 살 길을 찾고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는 장면이 많아 인상적이기도 했어요.
 
후반 문옥경이 떠난 뒤 폐인이 된 서혜랑을 정신 차리게 하는 역할도 궁극적으로 강소복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강소복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 건 허영서로써 처음엔 윤정년의 재능을 따라가지 못해 눈물을 흘리다가도 후에는 그 재능을 인정하면서 서로를 북돋고 선의의 라이벌로써 성장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특히 이번 '쌍탑전설'에서는 아사달의 역할을 포기하면서도 그 연기력과 해석력을 인정받아 극상 라이벌인 달비라는 역할을 맡는데 이 달비는 영화 속 유명인물 '살리에리(실제 살리에리와는 많이 다른 인물)'처럼 아사달의 재능을 시기하면서도 그 자유분방함에 휘말리고 아사달의 재능을 인정하여 그가 완성한 탑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 바람에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복잡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쌍탑전설'의 달비와 아사달의 관계는 허영서와 윤정년의 모습과 유사하지만 극의 결말과 달리 윤정년과 허영서는 서로를 버티게 하는 친구이자 경쟁자로 성장할 거라는 암시가 많아 충분히 희망적이라는 차이가 있었어요.
 
※ 드라마 때문에 찾아보게 된 여성 국극의 역사를 다룬 기사 참고. 이 기사는 여성 국극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사라졌는지 그 흐름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11676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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