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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18년~2021년)

『트레인』 12화(최종화) 리뷰 (2020. 8. 17. 작성)

by 0I사금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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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트레인』 12화 마지막화 리뷰입니다. 1화부터 흥미를 느끼고 꾸준히 본방사수를 한 드라마였는데 가끔 OCN 장르물은 잘나가다가 결말에서 삐끗한 케이스가 몇 번 있어 걱정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이만하면 어느 정도 선방한 무난한 결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두 명의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건너가서 재회하게 되는 것은 열린 결말로 처리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그나저나 주인공들은 원래 자신이 속한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 건너가 재회한 셈이니 일종의 시공 여행자 같은 것이 된 것이려나요? 


문득 마지막에 서도원 A에 앞에 나타난 한서경이 B 세계에의 한서경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에서 한서경 A와 같은 기억을 가졌지만 서도원을 먼저 잃은 인물이 넘어온 건 아닌 거 생각이 들기도. 대사 뉘앙스를 보면 한서경 B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요. 왠지 이 부분은 드라마에서 약간 모호한 느낌으로 처리한 것 같네요. 그나저나 쟤들 저렇게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 버리면 원래 A/B 세계에서 주인공들을 아는 사람들 입장은 참 난감해지겠다 싶더라고요. 서도원 A는 그대로 A 세계에서 실종이고 B 세계에서는 죽음이지만 실제 서도원 B는 신원불명 처리에 겉으로는 실종이라... 결과적으로 이정민 A/B는 좀 안타까운 입장이 되었다는 것. 


원래 세계에 남은 사람들을 생각해본다면 서도원 A와 한서경 B가 헤어지더라도 서로를 생각하며 원래 세계에서 충실히 사는 결말도 나쁘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서도원 A가 넘어간 세계가 원래 세계도 아닌 또 다른 미래가 펼쳐진 평행세계라는 것은 참신했어요.   심지어 그 세계에선 과장이 우리가 아는 과장이 아니라 서도원이 과장이 된 세계라는 점인데, 왠지 그 세계야말로 서도원 입장에선 제일 행복한 우주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리고 전편 감상문에서 제가 추측했던 것처럼 B 세계에서 석민준 B의 살인을 감싸준 과장은 B 세계의 과장이 아니라 이미 아들을 구하기 위해 여러 평행세계를 건너뛴 또 다른 평행세계의 과장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11화에서 발견된 폐차와 유골의 주인은 원래 B 세계의 과장 B의 시신이라는 걸 서도원 A가 눈치채고요. 재미있게도 드라마 초반을 볼 때 평행 세계가 여러 개라 또 다른 평행세계 속 인물이 등장하지 않을까 예측을 했었는데 그게 맞아떨어졌다는 거... 과장의 회상 속에선 이미 여러 번 아들인 석민준이 자살하는 장면이 나오며 B 세계의 석민준 또한 연행되는 순간 과장이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해 버립니다.  뭐랄까 예상을 넘어서는 스토리에 좀 벙찌긴 했습니다만, 석민준과 과장의 관계 서사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주인공들의 애정 서사만이 아니라 모자지간의 짙은 애증이  깃든 서사가 이 드라마 후반부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원래 다르게 흘렀을 가능성이 높은 평행세계의 우주가 다른 세계의 인간들이 넘어오면서 원래 그들의 운명에 맞추어 변하는, 시기만 각각 다를 뿐 방향성은 같아지는 현상은 꾸준히 암시되어 온 편이었고 서도원 A는 과장의 사례와 자신 주변의 변화를 보고 자신이 한서경 B의 곁에 있으면 그도 한서경 A처럼 될까 봐 두려움을 느낍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것을 보면 한서경의 운명이 서도원 옆에 있다고 죽을 팔자는 아니었다고 언급되기는 합니다만... 어쨌든 서도원 A는 한서경 B를 살리기 위해 그녀 곁을 떠날 생각을 하는데 문제는 세계를 넘어갈 수 있는 8210 열차는 이미 폐차가 되어 넘어갈 방도를 잃어버렸다는 거예요.  


약간 궁금한 점은 그럼 서도원 A가 다시 B 세계로 넘어올 때 어떻게 했는지는 자세히 설명이 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친구인 이정민 B가 어떤 식으로 손을 썼는지는 설명을 해 주지 않아 이 부분은 막연하게 추측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후반부 엔딩을 보면 열차만이 아니라 무경역 공간 자체가 다른 평행우주를 연결하는 통로라는 게 드러나긴 합니다. 다만 열차를 통해서 A/B 세계가 연결된 것을 보면 열차는 두 우주 간의 징검다리 내지 일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 열차가 사라지면서 평행우주를 통하는 통로에 방향성이 어그러져 서도원 A가 원래 세계가 아닌 엉뚱한 CDE... 어느 세계 중 하나로 빠져버린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한 것은 다행이면서도 얘네들 그 우주에선 신분이 확실치 않게 될 텐데 도대체  어떻게 살 생각이지 하는 좀 사족 같은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인공들의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 지는 보는 사람들한테 상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드라마가 열린 결말을 안겨준 셈이네요. 저렇게 된 이상 신분 걱정을 안해도 될 세계로 가서 정착하고 살라는 수 밖에요... 그동안 꾸준히 본 드라마인 데다 소재는 참신했고 복선 회수도 충실히 해 주던 드라마가 그럭저럭 무난하게 끝난 편이었습니다. 참신한 소재에 비해 시청률은 좀 아쉽게 되었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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