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는 보는 드라마가 적어졌고, 그나마 몰입하면서 보던 드라마 『굿파트너』도 파리올림픽 때문에 결방인지라 최근에는 아예 TV 자체를 보는 일이 드물어진 것 같습니다. 여러 사정이 있기야 있었지만 딱히 다른 드라마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는데, ENA 채널에서 『크래시』 후속으로 『유어 아너』라는 드라마를 방영해 준다는 소식을 미리 들은 바 있어 본방 날짜를 내심 기다리고 있기는 했었어요. ENA 채널은 다른 채널에 비하면 마이너 하지만, 은근 취향에 맞거나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드라마 시작 전에 공개된 예고편을 본다면 『유어 아너』는 판사 주인공이 아들이 저지른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내용인지라 제법 분위기가 어둡고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또 드라마가 외국 드라마가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우연히 발견하고 궁금한 나머지 드라마 1화의 본방이 시작되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 『유어 아너』는 『크보도』라는 이스라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나오더라고요. 또한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된 적이 있다고도 나오며, 제목의 'Your Honor'라는 문장 자체가 미국의 법정에서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설명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도 영어 문장을 그대로 옮긴 것보다는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번역을 사용하는 것이 좀 더 기억에 남고 드라마의 의미에 더 닿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 역시 약간 들기도 하더라고요. 어쨌든 이스라엘 드라마는 접한 적이 없으므로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하지 못하지만, 그 덕에 꽤 신선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드라마는 10부작이라는 정보 그대로 1화부터 꽤 빠른 전개, 주인공이자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판사고 인간적으로 훌륭한 인물로 보이는 송판호(배우 손현주 분)의 아들 송호영(배우 김도훈 분)이 운전 실수로 범죄조직의 수장 - 겉으로는 재벌 그룹의 회장인 김강헌(배우 김명민 분)의 차남을 차로 치는 사고를 내면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김강헌이 조폭 출신이면서 한 사회를 주무르고 재력을 과시하며 판사들조차 두려워하는 인물로 묘사되는 건 드라마적 허용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일단 드라마의 원작이 외국 배경이다 보니 마피아나 갱단이 한 사회를 지배하는 경우가 없지 않고, 전반적으로 송판호와 송호영 부자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 설정이 부각되어야 하므로 필요한 드라마적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중 송호영은 죽은 모친의 기일에 맞춰 납골당을 찾아간 뒤 울면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상황인데, 이 사고의 현장이 제법 피투성이에 끔찍하게 묘사된 데다 천식 발작으로 119에 신고하는 타이밍조차 늦는 등 운이 나빴다고 하지만 결국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점에서 잘못이 큰 편이더라고요. 김강헌의 차남은 차에 치었을 당시 신고만 제때 했다면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언급이 수시로 나왔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김강헌이 범죄 조직의 수장이며 뭇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 송판호가 아들의 자수를 권하긴 했지만 사고의 피해자가 피해자인 이상 송호영이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와 송호영이 악한 인물은 아니라는 게 확연하게 느껴져서인지 다급하고 위기감을 느끼며 아들을 살리려고 판을 짜는 송판호의 모습에 좀 더 공감이 가게 그려지더라고요.
어쩌면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뛰어났기 때문에 절로 집중이 된 것일 수도 있겠는데요. 작중 송판호는 사고가 난 차를 사람을 시켜 몰래 처분하거나 피가 묻은 옷가지를 버리는 등 아들의 죄를 은폐하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웃 사람들과 마주친다거나 하는 장면이 나와 덩달아 긴장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도 했고요. 분명 주인공 부자가 하는 짓이 떳떳하지 않음에도 1화부터 주인공들에게 몰입을 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여기서 사고 당일 납골당의 CCTV가 교체 작업이 이루어지는 등 하늘이 송호영을 돕는 건가 싶은 우연이 작용하는데요. 하지만 1화 중반부에 등장한 김강헌의 장남 김상혁(배우 허남준 분)이 (후계 문제로 배다른 동생을 죽였다는 의혹을 받는 상태에서)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벼르며 벌써부터 존재감을 자랑하는 등 드라마는 1화부터 보통이 아닌 긴장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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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도축장이 등장하는 부분이었는데, 처음 봤을 때 사람 시체 손질하는 장면으로 착각할 뻔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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