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인생사』는 본방을 사수한 적은 없지만 재방송을 보게 되면 끝까지 보게 되는데 어쩌다 본 영국 왕실 다이애나 비를 다룬 회차도 그렇고, 그전에 마릴린 먼로의 인생을 다룬 회차도 그렇고 몰입하면서 본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야말로 프로그램 제목답게 과몰입을 유도한다고 해야 하나요? 실존 인물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저도 모르게 그 사람의 인생에 빙의하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이번에 보게 된 반 고흐 편은 정말이지 눈물 나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마릴린 먼로나 다이애나 비 이야기도 사람의 심금을 흔드는 그런 면이 있었지만 반 고흐는 자신이 인정받길 바란 분야에서 기어이 어떤 성공도 보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인가 묘하게 공감이 가는 경향이 더 커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운이 없다고 생각되던 화가 생활이나 그럼에도 그림 그리는 걸 포기하지 않았던 반 고흐의 인생도 그렇고 꾸준히 그를 믿고 지지해 준 동생 테오의 헌신이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그런 게 있었어요. 반 고흐의 그림이 당시 인정받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하지만 혹평을 받는 부분은 보는 내가 가슴이 아팠을 정도였는데 훗날 반 고흐의 그림이 높이 평가받는 걸 보면 당시에는 어째서 저 정도까지 인정받지 못한 걸까 기이하다는 생각도. 진심 반 고흐는 동생인 테오가 헌신하며 뒷바라지 해 준 덕에 저 상황에서 그림을 계속 그려나갈 수 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친구라고 생각했던 고갱이 실은 고흐에게 진심은 아니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는데, 실은 고갱이 찾아온 것도 형을 생각한 테오가 고갱의 빚을 갚아주고 형과 어울려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라는 반전이었어요.
고갱이 반 고흐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그림을 통해 무시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부분에서 너무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는데 결국 고갱과의 불화가 커져 그 유명한 귀를 절단하는 사건이 터졌는데, 이 일로 고흐는 고갱과 절연하고 원래 지내던 마을에서 쫓겨나듯 떠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자신의 정신이 불안하다는 걸 인지한 그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 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 와중에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성실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와중에 테오는 반 고흐의 그림이 인정받지 못하는 외부적인 사실은 숨긴 채 그가 치료를 잘 받고 그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좋은 소식만을 전해주는데 갓 태어난 자기 아들, 그러니 반 고흐의 조카에게 형의 이름을 붙였다는 일화를 보면 형제 사이가 엄청 돈독했다는 것을 다시 알 수 있었습니다.
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꽃피는 아몬드 나무'가 바로 조카에게 선물하기 위해 완성한 그림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심지어 그 유명한 반 고흐의 자살 사건도 최근 조사에선 자살이 아니라, 당시 기록된 증거를 본다면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도 나왔으며 자살을 선택하기에는 그 전에 그가 그림을 그릴 물감을 사려고 준비했던 것이나 그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심리적으로 안정된 면모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가설에는 동네 아이들이 실수로 그림을 그리던 고흐를 총으로 쏜 사고가 아니었냐는 설도 있는 편이며 반 고흐의 일대기를 그린 『러빙 빈센트』에서도 자살보다는 의문점이 많은 사고가 아니냐는 추론이 등장하기도 했고요. 예전에 내가 읽었던 모 책에선 반 고흐가 광기에 사로잡혀 그림에 집착하고 결국 자신의 정신질환 증세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다는 등 한쪽으로 편향되어 묘사를 한 글을 본 기억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 『과몰입 인생사』에서 묘사하는 반 고흐는 극내향이라 예술가 인맥을 잘 형성하지 못한 채 우직하게 그림에 몰두하는 인물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 자신의 정신질환을 인지하고 치료까지 선택하는 걸 보면 나름 현실적인 면모도 없지 않았던 것 같고요. 그리고 이번 『과몰입 인생사』의 반 고흐 편을 보면서 처음 알게 된 거지만, 반 고흐와 동생 테오까지 요절한 상황에서 형제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번역하고 그림을 홍보하는 등 반 고흐의 유작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노력한 인물이 바로 테오의 부인이었던 요한나였다는 사실입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9A%94%ED%95%9C%EB%82%98_%EB%B0%98_%EA%B3%A0%ED%9D%90-%EB%B4%89%ED%97%88
위키백과에서도 요한나의 생애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는데 반 고흐의 일생을 다룬 영화 『러빙 빈센트』에서도 생략된 부분이라 전혀 몰랐던 내용. 반 고흐, 그리고 그에게 헌신한 동생 테오의 생애가 알려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중요한 인물이 가까이 있었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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