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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애니메이션

『쥬라기 월드 1』 리뷰

by 0I사금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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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를 보러 갔을 때였나, 극장에서 영화 예고편이 몇 편 나오던데 그중에 『쥬라기 월드』가 끼어있었던 걸 기억합니다. 처음엔 예고편만 보고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리메이크했는가 싶었습니다. 오래전 영화이지만 『쥬라기 공원』은 1편의 위엄이 대단한지라 실은 지금 TV로 다시 봐도 재밌게 볼 정도이니 제대로 만들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요.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호불호 갈리는 평들이 좀 올라오긴 해도 기대치에 못 미쳐서 그렇지 재미는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은 예고편을 보고 기대를 가진 것도 있어서 개봉을 하면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영화 개봉 당시 극장에 갔을 때 예상과 달랐던 건 『쥬라기 월드』가 전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영화 보러 가기 전에 그나마 본 평이 재미있느냐 없느냐 정도의 짧은 글들이고 내용에 대한 평은 거의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줄거리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보러 간 셈인데요. 

일단 『쥬라기 월드』는 최초의 『쥬라기 공원』시리즈의 상황에서 20년이나 지난 상황을 가정하고 내용이 전개됩니다. 그러니까 안 본 3편은 제외 손치더라도 일단 내용이 연계되는 상황이며 전 시리즈의 포스를 담당했던 랩터들은 이번 편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팸플릿에서도 아예 스포일러로 이 랩터는 남주인공인 오웬이 조련을 담당했다고 나오는데 공룡들 중에 인간과 교감하는 놈들이 있다는 전 시리즈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이번 편에선 1편에서 실패로 돌아간 공룡 파크가 아예 상업화되었고 거기다 모자라서 새로운 공룡들까지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데 이번 편에서 사고를 치는 공룡이 바로 인도미누스라는 공룡이에요. 그런데 할리우드 영화 시리즈에선 등장하는 어린애들은 민폐인 게 전통인지 이번 편에 사고 치는 놈들은 연구소의 총책임자인 클레어의 조카인데 특히 여기서 형이란 놈이 가장 큰 사고를 치며, 동생 놈도 정상이 아닌 게 랩터들이 인간을 찢어발기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해 놓고 전기 충격기로 놈을 한번 쫓아낸 것에 기뻐하며 엄마한테 자랑하겠다고 떠들어대더군요.

이거 보면서 진심으로 동생 놈은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뜬금없는 부모 이혼 이야기에 형제들이 서로 결의하는 장면 등 영 쓸모없는 장면들이 많고 솔직히 영화상에서 흐름 끊어먹는 이 형제 놈들이라 영화 보면서 제일 짜증 나던 캐릭터였어요. 죽어도 애는 안 죽인다 이건지. 그나마 가장 나았던 인물은 주인공 오웬과 연구실 내에서 보안 컴퓨터를 담당하는 로워리인데 일단 오웬은 랩터들을 조련사인지라 공룡 다루는데 능숙하고 캐릭터 자체는 흔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영웅형 캐릭터예요. 차라리 키덜트스러운 조연인 로워리 쪽이 좀 더 인상에 남았는데 그나마 주인공들 중 오웬의 캐릭터가 빛나는 건 연구소 총책임자인 클레어 역시 조카들 못지않게 바보스러운 역할을 맡기 때문에 나아 보이는 거라고 봐야 된다고 할까요. 그런데 여기도 쓸데없는 러브라인이 끼어 흐름을 방해하는 것은 마찬가지. 그나저나 여자 주인공은 하이힐 신고 어떻게 그렇게 뛰어다니는 건지? 영화를 보면서 반가운 인물이 두 명 나오는데 테마파크의 소유자인 마즈라니 회장은 바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어른이 된 파이 역할을 맡은 배우더군요. 

그리고 또 다른 만악의 근원은 바로 『쥬라기 공원』1편에서 연구원으로 등장했었던 우박사인데 이분 미드 『OZ』에서 신부님으로, 『성범죄수사대: SVU』에서 심리학 박사로 등장해서 익숙하신 분이라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십 년이나 지났어도 외모가 변하지 않았다는 게 더 놀라웠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번 속편에서 완벽하게 악역으로 변모해서 등장하더군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인젠’이라는 흑막이 있다는 암시가 있는데 보면 영화 1편에서도 수상쩍은 스파이가 공룡 유전자를 노리고 보안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장면이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하지만 그 스파이가 죽는 데 반해 이 우박사의 이야기는 연구원들이 퇴소해 버리며 등장하지 않고 단지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건의 발판을 키운 마즈라니 회장은 영화 전개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죽음을 맞는데 이 죽음이 또 다른 난장판을 만들어내고 맙니다. 그가 탄 헬기가 조류형 공룡들이 갇힌 곳에 떨어지면서 조류형 공룡들이 떼거지로 탈출하여 테마파크에 몰려온 사람들을 습격하고 만 것.

그런데 영화상에서 총으로 보안요원들이 그 공룡들을 제압한 것처럼 보이지만 숫자도 숫자고 속도도 속도인데 후반 들어선 이 조류형 공룡이 등장하지 않는 게 이상했어요. 보면 이런 점이 영화의 허점이라고 해야 할지... 그리고 랩터들이 인도미누스를 잡기 위해 투입되었다가 인도미누스가 자신들과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고 커뮤니케이션 끝에 바로 목표를 바꾸고 인간을 사냥감으로 보게 된 건 그럴싸한데 막판에 주인공 혼자만은 어떻게 알아봤는지 도와주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주인공의 흑인 동료는 흔한 영화 클리셰를 깨버리고 끝까지 살아남는 게 반전. 반면에 형제의 보모 캐릭터는 재수 없게 형제 주인공과 얽혀 끔찍한 죽음을 맞습니다. 이걸 보니 다시 이 민폐 형제 애새끼들한테 욕이 나오더군요. 암만 어린애라고 해도 도가 지나친 수준이라 다음 시리즈에서 이 캐릭터들 안 나오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할까요. 영화의 다른 부분에선 클리셰를 없애려고 노력한 게 보이는데 이 주인공 형제 캐릭터 한정으로 진심 할리우드 영화의 낡은 클리셰를 반복한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일단 인간 주인공들 이야기는 몇몇 클리셰를 깨버린 것 외에는 대개 공룡들 손에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으로 인상을 남긴 데 반해 등장하는 공룡들 중 랩터의 의외로 귀여운데 보안요원들을 찢어발기는 무서운 모습이라던가 인도미누스의 위협적인 모습이라거나 끝판왕인 티라노사우르스와 수중 공룡인 모사사우르스의 모습은 충분히 포스 있게 묘사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1편의 마지막 장면을 고대로 오마주 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요. 달라진 게 있다면 1편에서 주인공들을 위협한 것은 랩터고 티라노사우르스가 나와 랩터를 쓸어버리면서 살아남았다면 여기선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것은 인도미누스고 랩터는 티라노사우르스 다음 다시 새로운 끝판왕으로 인도미누스를 공격하고 계속 모습을 등장했던 모사사우르스는 괜히 화면에 모습을 비춘 게 아니라는 것처럼 인도미누스를 끝장내더군요. 아마 이 장면이 인간들 보느라 속 터졌던 와중에 제일 통쾌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영화의 공룡들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섬의 왕이라도 된 듯 포스를 자랑하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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