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썼던 책 리뷰를 살펴보면 이 책의 내용을 간간히 언급한 적이 있기도 한데, 재밌게 읽은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리뷰를 쓰면서도 이 책을 언급한 적이 있더라고요. 보통 기담이라고 하면 일단 야사가 떠오르지만 이 책 『조선기담』의 부제도 「왕조실록에서 찾은 조선사회의 뜻밖의 사건들」이니 실제로 기록되어 있는 기이한 이야기, 사실성이 짙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있는 대다수입니다. 그러니까 더욱 기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달까요?
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 중종이나 소현세자 파트에서 떠오른 책이 바로 이것인데, 이 책을 읽은지 꽤 됐지만 지금도 가장 생각나는 사건이 바로 이 두 실존인물과 관련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중종 때 벌어진 어떤 고아아이의 발목절단 사건과 소현세자의 살아남은 아들이라고 거짓말을 하여 처형당한 요승의 이야기인데요. 기담의 특징이 기이한 이야기 때문에 황당함이 느껴지면서도 섬뜩한 진실이 드러난 경우가 있어서일 텐데 제가 기억하는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딱 그 시대의 어둠을 전해주고 있어서 강렬했다고 할까요.
특히 소현세자의 이야기는 다른 건 몰라도 그 인물됨이 아깝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많아서인지 잊혀지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책 속에 실린 인물은 왕자라고 속여서 한몫 크게 사기 치려다 된통 걸린 사이비의 이야기였지만요. 제가 기억하는 두 가지 이야기뿐만 아니라도 이 책의 목록을 살펴보면 꽤나 섬뜩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는데요. 어린아이 발목을 절단한 사건과 같은 상해사건이 자주 있었는데 이것은 당시 조선시대의 민간치료법 때문이었습니다. 불치병이나 난치병에 걸린 사람들일 경우 약을 쓸 수 없는 처지거나 약으로라도 안되면 사람의 신체를 먹는 사건이 종종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단순 조선시대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았다고 알고 있어요. 아마 서양에서도 근대적인 치료법이 도입되기 전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본 적이 있습니다. 그외에도 책에는 치정이나 화재, 혹은 사기꾼과 같은 지금 현재에서도 볼 법한 사건들이 언급되기도 하는데 사람 사는 꼴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할까요. 살인이나 사기 같은 음습한 사고 말고도 당대의 풍습이나 풍조에 대해서 알만한 일들도 실려있어서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사 속의 기이한 일에 관심 많으신 분이라면 취향에 맞을 책이에요. 공부가 아니라 쉬어가는 식으로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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