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2시즌 5화 리뷰입니다. 실은 결말까지 다 달렸지만 감상문만 한 회차씩 포스트를 써서 올리고 있는데요. 이번에 스핀오프 격인 『킹덤 : 아신전』까지 보게 되니, 이제 3시즌이 안 나오면 안 되는 지경이에요. 『킹덤 : 아신전』 리뷰는 현재 2시즌 리뷰를 다 마치면 차차 쓰기로 할 예정. 그런데 현재 드라마에서 여진족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병자호란도 연상되고 가상의 조선시대이긴 하지만 이 조선도 여러모로 고생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스포일러로 본 어영대장인 민치록의 충격적인 반전까지 나왔는데 등장인물들 사이의 원한이나 증오 관계가 더 복잡해지겠단 생각도. 솔직히 『킹덤 :아신전』에선 아신이 민치록을 찢어 죽이고 싶어도 이상한 지경이 아닌지라...
어쨌든 본편의 내용으로 돌아가면, 이창에게 협력한 훈련도감 병사의 가족들을 역모로 처형시키라는 명령이 내려져 사람들이 대거 처형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훈련도감 대장인 이강윤은 자기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병판 대감- 그나마 이창에게 호의적이며 궁 내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맡은 -을 찾아가 이창 일행이 어디 있는지 자백을 하는데, 왠지 이 장면은 보면서 페이크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미 문경새재로 내려간 중앙군들은 안현 대감이 생사초로 되살아난 모습을 지켜보았고, 조학주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그 실상을 알았기 때문에 이창한테 협력을 하게 된 셈인데 이제 와서 통수를 칠까 싶었거든요. 예상대로 이창 일행은 그들을 압송하려 온 군사를 피하게 되었고요.
그렇게 군사들을 따돌린 상황에서 이창 일행은 성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이 장면 연출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선왕이 승하한 일 때문에 사람들은 전부 하얀 상복을 입고 있었고 이창 일행도 마찬가지였던 지라 사방이 새하얀 느낌인 와중에 이창의 모습이 독보적이었다는 거예요.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한 뒤 삿갓을 벗는 연출이 꼭 구세주와 비슷했다는 느낌. 이렇게 계획을 써서 도성 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한 이창 일행은 훈련도감 병사들의 가족이 처형당하는 자리에 나서 그것을 저지합니다. 그런데 이 처형을 저지할 수 있던 데에는 때마침 나타난 이창의 역할도 있었지만, 차마 그 명령을 수행할 수 없다며 범팔이 처형을 중지한 덕도 있었어요.
범팔이란 인물의 특이성은 리뷰를 쓰면서 종종 언급한 바이지만, 그 캐릭터가 진심으로 독특한 게 첫 등장은 조씨 일가의 힘으로 동래 부사 자리에 오른 뒤에 이방과 양반들의 말에 휘둘리는 무능한 인간으로 시작했다가, 조운선 좀비 사태에서 혼자 살아남아 주인공 무리에 합류한 뒤로는 여전히 무능하지만 개그 장면을 도맡아 연출하는 코믹한 캐릭터로 전환, 그다음 상주에서는 딱히 도움 되는 것도 없이 서비 뒤만 졸졸 쫓아다니며 다시 개그 씬을 연출하다가 문경새재에 조학주가 도착한 뒤로는 조학주의 조카라는 입지가 크게 작용하여 서비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조학주 죽음 뒤에는 중전의 힘으로 어영대장으로 승진하기까지 했으니...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역모로 몰린 사람들의 처형을 망설이다가 이창이 나타나자 바로 그의 편이 될 뜻을 보이면서 완벽하게 주인공 편으로 합류했다는 점이에요. 분명 그 위치는 빌런인 조씨 일가의 한 사람인데 그 입지를 내세워 다른 이들을 핍박한 적은 없어요. 1시즌 초에 죽었지만 회상신이나 과거 스핀오프에서마저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불화의 불씨를 제공한, 조학주의 아들 범일이랑 비교해도 놀라운 수준. 타고난 선량함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조학주를 넘어서며 악랄함을 자랑하던 중전마저도 그를 신임했고, 무능한 것 같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활약을 하다가 막판에는 초고속으로 승진하기까지 하니 오죽하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평 중에서 '인생은 범팔이처럼 살아야 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일까요. 저 캐릭터의 놀라운 점은 줄을 잘 서는 그 안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조씨 일파의 악행을 궁 내부 사람들도 알게 되어 중전을 제외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창의 편에 서게 됩니다. 이창은 궁에 들어가 중전에게 죄를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소리치는데요. 여기서 그려지는 중전 계비 조씨의 캐릭터가 1시즌에 비하면 상당히 발전했다고 느끼는 게, 그야말로 야망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고 얻지 못하면 남들이 못 갖게 부수겠다는 파멸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요.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하든 작품 속에서 자기 욕망과 야망을 위해 직진하다 자멸하는 악녀 캐릭터는 시대를 막론하고 매력적이라는 생각. 만약 악녀가 한낱 남자의 사랑에 목메었으면 엄청 한심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여겼을 텐데 그보다 더 큰 것을 원하다 파멸하는 건 어떻게든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까요.
계비 조씨는 자신의 파멸이 다가오자 상궁들을 시켜 지하실에 가둔 좀비들을 풀고, 그동안 조씨 때문에 지하실에 갇혀 있던 서비도 뒤늦게 탈출하여 궁에 역병이 퍼졌다는 사실을 외칩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궁전 초토화가 진행되면서 5화는 엔딩으로 치닫는데요. 5화 후반부는 좀비들이 궁 안의 인간들을 습격하고 이창 일행이 막는 장면 외에는 큰 내용은 없었음에도 볼거리는 많았다는 생각. 사람들의 비명과 문밖 좀비의 실루엣을 통한 공포 효과도 최상이었고, 궁 안 여러 위치의 인간들이 그 상황에 어떻게 죽어나가는지 드라마에서 다양하게 보여주는데요. 선대 왕들의 어진을 보호하려다 죽는 내시들도 그렇거니와, 수라간에서 솥뚜껑을 들고 궁녀들을 보호하며 좀비들을 상대하는 대령숙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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