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 3화 리뷰 (2022. 4. 13. 작성)

드라마 『보이스』 2시즌 3화 리뷰입니다.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걸 발견하고 하루에 한편 씩 정주행 중인데, 2시즌 초반부만 본다면 전 시즌 못지않게 흥미진진합니다. 『보이스』 시리즈 유의 범죄 수사물이 으레 그러듯, 이번 2시즌도 주인공들을 도발하는 흑막이 있고, 이 흑막을 잡기까지 또 다른 개별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3시즌이나 4시즌에선 조금 완성도가 아쉬운 에피소드들이 있었던 것과 달리 현재 2시즌의 사건들은 메시지도 뚜렷하고, 완성도 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 같네요. 특히 이번 3화 에피소드는 현실의 한계와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여러모로 착잡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사건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지만 과거의 범죄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그 악몽을 계속 짊어지고 갈 것 같은 느낌이라서요. 3화 초반부에 도강우가 곽독기와 함께 진범일지 모를 '곽민수'라는 인물을 쫓고 있는 사이, 아동 성폭행범이 피해자를 납치했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가해자의 집에 흉기를 들고 찾아갔다는 신고가 들어와 골든타임팀은 급하게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처음 이 사건은 과거의 피해자가 일부러 납치되었다는 거짓말을 한 뒤 가해자에게 누명을 씌워 보복하려고 했고, 피해자의 아버지가 사죄하는 가해자를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억울해야 할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처럼 보이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것처럼 나와 보면서 불만이 좀 일었어요. 대체 이런 드라마에서 왜 저런 묘사를 하는 거지 보면서  의아했을 정도.

그런데 강권주는 사건 현장의 음성을 들으면서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밝혀지지 않은 찜찜함을 남기면서 드라마가 반전을 주더라고요. 에피소드 초반 피해자의 남동생이 부모에게 보여준 그림일기가 그냥 넘어가는 장면이 아니라 사건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도 놀라운 회수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아동 성폭행범, 특히 어린아이만 건드는 비열한 놈은 절대 그 더러운 본성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드라마가 제대로 묘사를 해 주었다는 생각. 심지어 초반에 이 새끼가 사죄를 하네 뭐 하네 하면서 피해자의 집을 찾아간 것도 실은 피해자에게 보복을 하려고 그런 거였고, 더 어린 동생으로 타깃을 바꾸었다는 사실이 나왔을 때 진짜 기가 찼을 정도였어요.

현실의 법률이 얼마나 허술한지, 저런 놈을 반성하네 초범이네 하면서 봐 주면 결국 그놈에게 또 범죄를 저지를 기회를 안겨주는 꼴이라는 걸 드라마가 제대로 묘사해 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죄자 놈이 또 잡힌 주제에 지 잘난 것처럼 입을 나불거리는 것도 좀 발암이었는데 그 뒤에 도강우가 실수인 척 범죄자를 계단에서 혼내주는 장면은 은근 사이다였습니다. 솔직히 저기서 좀 더 처 맞아야 할 놈이긴 한데, 이렇게 하면 드라마라고 해도 무리수니까 일부러 실수로 위장한 셈이랄까요. 그리고 이 3화 사건을 계기로 강권주 말 안 듣고 개별 행동 하던 도강우의 성격도 완화되는 측면을 보이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같이 현장을 뛰어봐야 서로 마음을 트게 되는 클리셰인 듯? 생각보다 강권주의 초청력에 더 딴지를 안 거는 건 무진혁보다 빠른 듯.

또 뻘소리지만 납치된 아이의 행방을 찾을 때 단서가 된 '무적워치'라는 소리 나는 시계는 아마 당시 유행했던 애니 '요괴워치'에서 따온 것 같아서 이 부분이 소소하게 인상적이었어요. 종영한 드라마에서 당시 유행 템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 재미있었다고 할까. 이렇게 사건 하나가 해결되고, 골든타임팀은 다시 장경학 팀장을 살해한 진범을 찾는데 몰두하는데요. 도강우는 곽독기의 정보를 통해 알게 된 '곽민수'라는 인물의 집에서 사건을 증명할 가면과 사진들을 찾아냅니다. 그런데 곽독기는 후반부 시즌을 먼저 본 탓에 파브르 쪽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고, 진범이 벌써 모습을 보일 리 없으니 이건 당연히 페이크일 텐데, 4화 예고편에서 밀항하는 곽민수가 '해경'에게 잡혔다는 대사가 나오는 걸 보면 방제수는 아마 다음 화에 얼굴을 비추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