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비소설 기타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리뷰

by 0I사금 2025. 1. 3.
반응형

원래 구전 민담이나 동화책을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다 보니 그 취향이 커서도 변하지 않아서 이를 새롭게 다루는 이야기들을 보면 흥미가 가기 마련입니다. 특히 흔히 알려진 구전 동화의 원전에 대해 다루거나 이 동화 속 내부를 좀 더 찬찬히 살펴 우리가 놓쳤던 새로운 이야기들, 지금까지 찾아본 것들에 한해서라면 동화를 이용한 심리 분석이나 당대 시대적 상황에 대한 고찰, 혹은 관련 작가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 등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동화란 것이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라 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커서 다시 깨닫게 되는 바입니다. 그런고로 도서관에서 동화를 분석하거나 새롭게 해석한 책들을 발견하면 망설이지 않고 빌려오기 마련인데 이 책 역시 그런 사정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만 보더라도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라는 의문문으로 설정하여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고 흔히 동화의 클리셰라 할 수 있는 백마 탄 왕자를 등장시켜 동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데요. 책에서 신데렐라나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 같은 구전 민담에서 비롯된 동화에 대해서도 상당히 다루긴 합니다만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어린 시절 읽었던 명작 소설의 원본 되는 작품들, 원래 출간되었을 때는 단순 어린이용 작품이 아니라 당시 역사적인 상황이나 작가의 철학이 진득하게 담긴 소설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학습용 동화로 변형된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노트르담의 꼽추'나 '돈키호테', '소공녀'처럼 애니메이션이나 축약된 동화 버전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은 물론 '안네의 일기' 같은 역사적인 사료에 포함되는 자료까지 해석의 범위를 넓히고 있어요.


다만 책에서 다루는 동화 내지 소설들을 다루는 방향은 문학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 작품의 주제가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그 작품들을 보고 들으면서 단순히 생각하고 넘어갔던 부분들, 혹은 각국의 민족 문화나 배경의 차이로 아리송하게 여기거나 이해가 잘 안되었던 부분들 사물의 명칭이나 지역적인 배경, 혹은 소설에 묘사된 당대의 관습이나 생활 풍경 등등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이것이 시대의 어떤 모습을 담고 있는지 좀 더 문화적, 역사적인 분야에서 작품들에 접근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알게 되는데 예를 들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들은 진짜 고귀한 왕자라기보단 넓게는 왕국에서 공국, 적게는 귀족 가문 등에서 장자가 아닌 나머지 후계 자리에서 밀려 알아서 적절한 신붓감을 찾아야 했던 차남 출신인 고달픈 유랑자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어요.


뭔가 동화의 내면을 당시 시대 상황과 엮어 해석을 해 본다면 그 현실성과 생각지도 못한 팍팍함에 그동안 읽었던 동심이 와장창 박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신데렐라 편에서 자신의 고난을 감당하고 성장하는 신데렐라 본연의 이미지가 사라져 남이 구원해주길 바라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그 이미지가 재생산되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처럼 동화를 왜곡되게 해석하여 그 본질을 잊고 겉핥기 수준의 판타지로만 재생산하는 것에 대해선 다른 곳에서도 비판을 본 적 있습니다. 다른 의미론 그런 왜곡된 판타지가 잘 팔린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만은... 이런 왜곡되고 재생산된 이미지가 현대의 동화가 허무맹랑한 판타지와 동일시되는 경향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드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실적인 분석은 참신할 뿐만 아니라 동화가 가진 본래의 이미지를 되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