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벌거벗은 세계사』의 본방을 사수했습니다. 그동안 사정이 생겨서 재방송만 챙겨봐야 했는데 이번 주는 어찌어찌 171화를 챙겨볼 수 있었어요. 다만 리뷰 자체는 방송이 밤늦게 끝난 지라 하루 지나서 완성하게 되었다는 거... 이번에 보게 된 『벌거벗은 세계사』 171화에서 다룬 주제는 로마제국의 몰락 과정이었는데, 유럽을 넘어 세계사에도 큰 영향을 끼쳤던 로마 제국이 어떻게 전성기를 누리고 이후 몰락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느꼈던 것이 예전에는 동양사는 흥미롭게 찾아보면서 서양사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영상과 그림 자료, 그리고 역사에 무지한 사람마저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는 강의를 보니 서양사도 흥미로운 점이 많았고, 내가 서양사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 건 스스로 만든 편견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이번에 강의를 맡으신 교수님 정보는 이렇습니다. 또한 이번 게스트는 아래의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보통 게스트 중 하나는 주제랑 관련 깊은 나라에서 온 사람이나 그쪽 전공자들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https://news.nate.com/view/20241001n12443?mid=e1200
강의에 따르면 로마제국은 그 형성에서 멸망까지 대략 2200년이란 시간을 존속했다고 나오는데요. 로마제국이 그렇게 오래 유지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중반 암군인 황제들의 등장과 암살 때문에 정치적 혼란기가 여러 차례 왔음에도 나라가 유지된 게 나름 시스템을 유지한 짬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영토를 확장하고 경제적인 번성기를 누린 오현제 시절을 지나 망조가 몰려온 건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도 악역으로 등장하는 황제 콤모두스 때부터였다고 하는데요.
영화는 많이 각색된 것이긴 하지만 콤모두스는 국정에는 관심 없이 검투사 놀이에만 심취한 무능한 암군이었고, 오현제들이 (아들이 없어서) 능력 위주로 후계자(양자)를 뽑은 것과 달리 아버지가 전황제인 아우렐리우스였기 때문에 황제 자리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이 콤모두스를 시작으로 로마 제국의 혼란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탓에, MC들이 콤모두스에게 황제 자리를 물려준 아우렐리우스를 오현제에서 빼야 한다고 말하는 게 좀 많이 웃겼어요.
그런데 아우렐리우스가 후계자 선정을 잘못한 탓에 로마제국이 개판이 된 걸 보면 오점이 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콤모두스의 암살 이후 또 다른 암군들의 등장과 로마판 무신정변이라고도 불릴만한 군인 출신 황제들의 연달은 등장을 보면 말이죠. 그나마 로마제국은 그동안 유지된 짬이 있으니 버틴 거지 다른 나라였다면 진작에 멸망하고도 남았겠다 싶더라고요.
강의에선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던데 첫 번째는 콤모두스를 시작으로 암군 황제들의 즉위, 이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뒤 자기세력을 다지기 위해 기독교 세력이 많은 동쪽 비잔티움으로 천도하며 동로마와 서로마로 제국 분열이 시작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게르만족이 대이동 하면서 이민족의 침입이 본격화된 것을 꼽았습니다.
학생 시절 세계사를 배울 때 로마제국의 역사는 좀 건성으로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로마제국 멸망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는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었는데요. 여기서 본디 게르만은 하나의 민족을 뜻하는 게 아니라 로마제국을 제외한 게르마니아 지역에 거주하던 이민족들을 (경멸과 차별의 뜻을 포함하여) 한꺼번에 게르만이라고 지칭한 거였고 이 게르만이 로마제국으로 이동한 것도 훈족의 침략을 못 견뎌서라는 게 좀 아이러니였습니다.
훈족의 아틸라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였는지 과거 주화에서도 악마처럼 묘사되었다는 설명이 나오더라고요. (사진은 위키백과에서 찾은 훈족 왕 아틸라를 묘사한 이미지) 로마제국을 약탈하면서 끝내는 영토를 빼앗아 자기들 왕국을 세운 게르만마저 그 훈족을 두려워했는데 이 훈족은 대체 어디서 온 존재들일까 싶었습니다. MC들은 저 시대 몽골족 이 정도로 추측을 하던데 몽골족이 원나라를 건국하면서 유럽을 침공한 건 더 이후의 일이지만 강의에 인용된 훈족의 그림 이미지가 몽골족과 유사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유목 민족이라고 하니 서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고요.
그런데 이 훈족도 게르만을 침공한 이유가 다름 아닌 기후 변화로 인해 식량난이 찾아왔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역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 아니고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이다 싶었는데 요새는 생각이 바뀌어서 그 사람 위에 있는 게 자연이란 생각만. 문득 지금의 기후변화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앞날이 캄캄해진다고 해야 하나요?
어쨌든 로마제국은 훈족에게 쫓겨난 게르만의 침공으로 서로마 제국이 먼저 멸망하고 이후 동로마 제국마저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하면서 로마제국은 역사에서 이름을 감추게 되는데, 여기서 서로마제국의 멸망은 고대와 중세를 구분 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는 게 강의의 마지막 설명이었습니다. 뭐랄까, 2천2백 년 유지된 제국이니 정말 오래 유지되었고, 멸망할 때가 되어서 멸망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묘하게 이런 강의를 들으면 내가 저 시대 일반 백성 1이 되어 나라가 망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TV > 예능 및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모피를 향한 탐욕이 만든 죽음의 땅, 시베리아 (2024. 10. 11. 작성) (0) | 2025.01.02 |
---|---|
『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위기의 지구, 인류 멸망의 시그널 (2024. 10. 8. 작성) (0) | 2025.01.01 |
『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신의 선물인가? 저주인가? 플라스틱의 역습 (2024. 9. 27. 작성) (0) | 2024.12.30 |
『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명나라를 망친 희대의 폭군들 (2024. 9. 13. 작성) (0) | 2024.12.29 |
『벌거벗은 한국사』 리뷰 : 개혁군주 광종은 왜 폭군으로 돌변했나 (2024. 9. 5. 작성) (0) | 2024.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