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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형벌의 역사』 리뷰

by 0I사금 2025.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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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도서관에서 이런 유의 제목을 가진 책을 발견하면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의 형벌이라던가 처형이나 처벌에 관련된 역사들은 현대인의 기준과는 달라 상당히 놀라운, 노골적으로 말하면 끔찍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것이 상당히 으스스 한 점도 많고 자극적인 내용도 많아 쉽게 사람의 눈길을 끄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도 책을 보면서 활자로만 쓰여 있어도 눈살 찌푸릴 이야기가 많은데 굳이 이런 것을 꼭 찾아 읽게 되는가 읽으면서도 스스로에게 궁금해졌는데 책에 언급되는 과거의 공개처형이나 옛 로마 시대 죄수들을 처형시키는 부분에서 마치 구경거리라도 된 마냥 사람들이 몰려왔고 축제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을 보고 즐겼다는 부분에서 아마 이런 제 심리도 옛사람들의 그런 기질에서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제목이나 앞서 언급한 대로 책 속에는 단순 글로만 쓰여 있어도 식사 시간 전에 읽는다면 식욕을 떨어뜨릴 만한 이야기들이 자세히 실려있습니다. 아무래도 인권 개념이 많이 도입되지 않은 옛날에는 잔인한 방법의 고문이나 처형 방법이 많고 책에서 이런 처형 방식에 대해 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책에 실린 잔인한 역사적 사건들은 옛날 일이라고 유쾌하게 볼 수만은 없는 내용들이기 때문인데 마녀사냥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인한 학살 혹은 전쟁에서의 학살 같은 것들은 방법이 좀 달라졌을 뿐이지 그 밑에 깔린 의식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거기다 현대와 달리 옛날의 수사 방식은  어떤 사건이 났을 때 증거 위주로 조사하여 진범을 가려내거나 이런 것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범인을 잡아 곧바로 처형대로 보내버리는 일도 어지간히 많아서 지금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이 시대엔 억울한 희생자들이 적지 않으리라 예상이 갔달까요.


책은 형벌이나 처형에 관련된 사실만이 아니라 특정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무지가 작용하여 그것이 여러 희생자를 낸 사건들도 자세하게 조명하는 바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리송했던 점은 옛날 사람들이나 지금 사람들이나 지능 수준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은데도 특정 사건을 판단하는 데는 상당히 무식한 방법을 동원한 경우가 많아 - 꿈이라던가 말도 안 되는 증언이 채택되어 죄가 확정되거나- 이것이 엉뚱한 피해자를 만드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여겨지는데 옛날 사람들이 자연이나 과학에 대해 잘 모르고, 당시 사람들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그런 점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사건을 판단해야 할 지배층까지 상당히 편견에 사로잡힌 경우가 없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저 희생자를 만들기 위해 억지스러운 과정을 도입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이쪽 관련으로는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섬뜩하거나 다사다난한 일이 많을 법한데, 재미있는 점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상관할 것 없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는 바다 건너 떨어진 곳이라 해도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인종이나 국가, 민족을 초월해서 인간 내면에 뭔가 악랄한 본성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 책의 후반에는 사람들이 애용(?) 해 온 처형 방식의 종류를 열거해 놓는데 어떤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이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도 더러 있다고 할까요. 그나마 옛날보다 현대가 나은 점은 인권 개념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어 대량 학살이나 공개처형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 강하고 어느 정도 범죄에 대한 수사가 옛날보다 나아졌다는 점일 텐데 실은 이런 점도 생각보다 오래 정착한 것은 아니요, 사람들 하는 짓이 실은 크게 달라진 바 없다는 것을 상기하면 언제라도 이런 잔인한 방식이 다시 부활할 수 있지 않을까 섬뜩한 상상이 들기도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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