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법의학 진실을 부검하다』의 지은이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일본 사람으로 그 이름은 오시다 시게미, 속표지를 살펴보면 저명한 법의학자로 거의 40년 동안 현장에 몸을 담은 인물이라는 짤막한 설명이 나옵니다. 책 표지에서도 조그맣게 '40년 관록의 법의학자가 말하는 법의학 진실'이라는 글귀가 나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40년 동안 부검을 맡았다면 도대체 얼마나 놀라운 사건이 있었을까 궁금해진 덕에 빌려온 책이기도 합니다. 보통 법의학 서적이 미궁으로 빠질 뻔한 사건만이 아니라 부검이나 현장을 검증할 때 관련 정보를 어느 정도 전달해 주는 경향이 있는데 유달리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자세한 정보가 실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적으면 좀 알기 어렵겠다 싶은 부분도 있었고요.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누어지는데 제1장은 '살인사건의 진상을 해부하다'로 제2장의 'DNA형 검사를 진단하다'와 더불어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사건들과 그 사건들의 진상을 가리기 위해, 더 정확하게는 증거 부족 등으로 누명을 썼을지도 모를 피해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범인이 잡혔는지까지는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적어도 법의학의 도움으로 누명을 벗은 사례들이 실려 있어요. 법의학으로 증거를 찾아내는 것과 범인을 검거하는 것은 또 다른 갈래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자세히 실려있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사건의 연대는 2000년도에 들어서 일어난 사건에서부터 90년대의 사건, 또 더 나아가서는 거의 반세기 전 66년 경에 일어난 사건들이 실려 있는데 이 중에서 증거 날조나 훼손 등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인물들이 적어도 꽤 긴 시간 수감된 케이스도 있어서 제삼자 입장에서도 안타깝다 느껴질 정도.
하지만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이 힘들었단 게 보이는 데다 책을 읽다 보면 법의학자들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변호사들의 노력도 큰 사례가 보이기도 하고요. 특히 살인 현장의 DNA 검사 부분에서 상당히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더라고요. 또 독특한 것은 책이 다루는 사건들 중에는 이 법의학 하면 사람들이 으레 연상하는 범죄 사건만이 아니라 재해나 재난 사건 그리고 의료 사고들도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강력 범죄의 피해자보다 재난이나 재해 혹은 갑작스러운 사고의 피해자들이 더 많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특히 일본 같은 경우는 지진 피해가 큰 경우가 있어 이 법의학이 재난 이후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재해가 적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법한 내용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의료 사고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저자가 의사 면허를 딴 젊을 시절에 첫 연구 과제로 '가장 많이 일어난 의료사고는 무엇인가'가 되어 관련 사고들을 조사한 과정이 드러나 있고 이 책의 탄생 계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을 했습니다. 과거 일본에서 주삿바늘이 신경을 잘못 건드리거나 약을 잘못 쓰는 바람에 근육이 손상된 케이스와 이것을 바로잡기까지의 과정이 자세하게 설명이 되는데요. 이 사건은 원인은 실제로 복잡하겠지만 책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 사람들의 무지와 이 분야에 종사할수록 조금 더 신중해야 할 의사들과 제약회사, 제도의 태만과 무책임이 겹쳐져 상황이 악화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더군요. 왠지 이 부분을 읽다 보면 일본에서도 의료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그 처벌이 쉽지 않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련해서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이런 사례들을 조사 끝에 의료 사고 예방 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저자분의 책임감이 상당히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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