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 라스베이거스』 소설 3권입니다. 1권이 도서관에서 실종된 상태였던 고로 라스베이거스 편은 3권을 읽게 되었지만 이제야 두 번째 읽는 상황입니다. 반납일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지라 천천히 읽으려고 맘먹었건만 이런 범죄수사물이나 추리물 같은 경우 범인의 정체가 최후반부에 밝혀지기 때문에 이것이 궁금해서라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좀 뜸을 들여가며 읽어가려고 했던 소설을 오늘 단박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편 3권의 서막은 미국의 평범한 가정이자 중산층에 기독교 신자인 한 가정의 부인인 밀리라는 여성이 친구 린 피어스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밀리는 린 피어스와의 통화를 통해 그녀가 뭔가 무서운 일을 당한 것을 깨닫고 그녀가 자신의 집에 오기로 전화로 통보해 놓곤 오지 않자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 불안에 떨다가 남편인 아서가 찾아오자 용기를 내어 부부가 함께 친구의 집에 찾아갑니다. 그 부부는 린의 남편인 오언이 그다지 믿음직한 남자가 아니란 것을 알기에 그가 부인에게 무슨 짓을 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언젠가 린이 자신들에게 맡긴 음성 테이프를 가지고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그 음성 테이프에 실려있는 것은 남편 오언과 린이 말다툼을 벌이는 것을 녹음한 것이었는데 그중 남편이 린이 말을 듣지 않으면 잘게 토막 내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것이 결정적이었죠.
전편 마이에미 시리즈까지 합치면 『CSI』 소설을 읽은 것으로 오늘로써 네 번째인데 제목들이 참으로 소설 전반의 내용을 잘 상징하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마이애미 시리즈는 특이하게 제목들이 한국어로 번역되기보단 영어 발음 그대로 쓰여있는데 뜻을 살펴보면 1권 플로리다 겟어웨이는 죄의 처벌을 피해 플로리다로 도망온 자가 살해당하고 살인범들은 다시 플로리다 밖으로 도망치려는 것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2권 다크 인사이더는 경찰 내부에 범죄의 흑막이 있음을 그대로 암시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라스베이거스 편 2권 이중인격은 그대로 사건의 범죄자가 어떤 인물인지를 비유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번 3권 악의 도시는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평범한 곳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모습을 상징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3권에선 수사 요원들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피해자의 이웃이 피해자들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점을 보면서 팽창해 가는 라스베이거스에 맞춰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오며 그런 점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경위도 파악하기 어렵고 범인을 잡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3권 악의 도시에서도 역시 반전적인 요소가 상당하여 후반부 사건의 베일이 완전히 드러나기 전까지 각종 추측을 해댔는데요. 보면 가장 친한 이웃이 범인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실은 처음부터 범인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애초부터 틀린 추리라는 게 드러나고 그럼 범인은 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트릭인 가장 범인 같은 놈은 실은 범인이 아니다라는 전제를 뒤집어 실은 가장 범인 같은 놈이 범인이 맞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인가 싶더니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실은 이 범인 같은 놈이 범인이 맞고 다만 증거를 찾기 힘들어서 범인들을 구속할 수 없다는 패턴은 마이애미 시리즈 1권 플로리다 겟어웨이와 라스베이거스 2권 이중인격에서 한번 써먹은 적 있습니다. 다만 '플로리다 겟어웨이'편은 또 다른 흑막이 누구며 어떤 관계인지가 주요 쟁점이며 '이중인격'은 범인이 활개 치게 놔두게 용인하는 존재들이 국가권력 기관이라는 점에서 독자의 머리를 후려친 전적이 있었죠. 그래서 다른 반전이 없다면 이번 '악의 도시'도 비슷한 패턴으로 갈까 했지만 그런 예상을 비웃듯 이번 소설에선 새로운 반전 형태를 읽는 이에게 안겨줍니다. 진짜 후반으로 갈수록 생각지도 못했다고 할까요?
이번 소설의 특징점으로는 일단 사건의 범인들이 죄다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여성 범인이 한번 등장한 전적은 있지만 이번 사건들은 여성들이 범죄를 사주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상대방을 해치우며 악의를 보여줬다는 데서 놀라운데요. 보통 드라마에서도 그렇듯 이 소설에서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사건이 벌어져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짝을 이뤄 각 사건을 담당합니다. 보면 중간중간에 이쪽 사건을 조사하던 요원이 저쪽 사건을 조사하던 요원들을 돕는 경우도 빈번해요. 사건들도 전편과 달리 전혀 다른 곳에서 벌어진 사건이 묘한 인과의 고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사건 수사가 진행되는데 한쪽은 치정에 의한 살인, 한쪽은 가정불화에 의한 살인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은 피해자의 애인이 범인에 의해 용의자로 몰렸다면, 가정불화에 의한 살인쪽은 간접적으로나마 용의자로 의심받은 인물이 그래도 자식을 위한답시고 죄를 뒤집어쓰려 하는데요. 눈물 나는 부성애라 할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캐서린 말마따나 애정이 식었을지 몰라도 한때 사랑했던 부인에게 한 짓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언급이 있는 것처럼 역시 맨 정신은 아니었으리란 게 드러납니다. 분명 반사회적은 아니더라도 개개인이 갖는 일그러진 면모가 각각의 사건을 키운 셈이라는 게 드러나며 이번 '악의 도시'는 평범해 보이는 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악의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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