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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CSI 라스베이거스 #5. 무덤의 증언』 리뷰

by 0I사금 202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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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SI 라스베이거스』도 드디어 5권째에 들어섰습니다. 이제 도서관에 남은 것은 다음 권 한 권뿐이라 좀 아쉬우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갔습니다. 소설 『CSI』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져서 결국 끝까지 읽어버리게 되더군요. 이번 '무덤의 증언' 역시 사건 두 가지가 일어나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두 팀으로 나누어 사건을 담당하게 되는데요. 한 사건은 국장 앳워커와 정치적으로 후원하는 중고차 사업의 큰손인 여성 리타 베넷의 죽음이 의혹스럽다고 그 딸인 레베카가 조사를 과학수사대에 문의하면서 벌어집니다. 왜냐하면 상당한 재산을 가진 그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죽고 재산이 전부 그의 새 남편에게 감에 따라 친딸과 후원을 받는 국장의 입장이 곤란해졌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의혹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는데 브래스 경감은 이 정치적인 문제에 곤혹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합니다. 리타 베넷은 사망한 지 얼마 안 되어 매장되었기 때문에 과학수사대 요원들 중 그리섬과 닉, 새라 사이들은 그 사건을 맡아 매장된 관을 꺼내는데 놀랍게도 그 관 속에 있는 여성의 시신은 죽은 리타 베넷이 아닌 이제 갓 스물이 되었을까 말까 한 낯선 여성이었습니다. 과학수사대 요원들은 사건을 파고들려다가 새로운 사건이 드러난 것을 알고 새로 조사를 시작하지요.


또 다른 사건은 흔히 '죽음의 천사'라는 별칭을 가진 현실의 살인마들이 저질렀을 법한 사건으로 한 노인 요양원에서 노인 여성이 사망하면서 벌어집니다. 그곳의 시신을 조사한 부검의인 데이빗은 무언가 이상한 직감을 느끼고 수사대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암만 고령의 노인들이라 하더라도 한 곳에서 최근 죽음이 잦았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이상하다는 거였죠. 본디 라스베이거스 팀들은 반장인 그리섬의 철칙에 따라 직감이라던가 육감이라던가 하는 것을 믿지 않는 주의지만 이 사건은 최초 사건을 제보한 이가 직감적으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기 때문에 밝혀질 수 있었다는 사건이라고 할까요. 결국 세밀한 조사 끝에 죽은 노인이 살해당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캐서린과 워릭은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수상쩍은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보면 소설 라스베이거스 시리즈에서는 다른 인물들보다 유독 캐서린의 심리가 많이 드러나 드라마에서 그리섬의 비중이 큰 것과 반대로 소설의 진주인공은 캐서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조사하게 된 사건은 소설 속의 말마따나 '죽음의 천사'와 유사한 사건으로 범인들은 노인들을 간호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는 게 밝혀집니다.


이번에 다루는 사건들을 본다면 전작인 '악의 도시'의 파편을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그리섬이 맡은 사건은 그 사건이 드러난 것 자체가 굉장히 기이한 편이긴 합니다만 피해자가 부모 앞에선 모범적인 딸 행세를 하면서도 부모의 과잉보호와 기대에서 지긋지긋함을 느껴 남자들과 몰래 만나는 것으로 몰래 일탈한 젊은 학생이라는 것이나 범인 중 하나가 그와 관계있는 주위 남자들일 가능성이 높아져서 사건은 마치 현실의 선량한 이웃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추악함이 얽혀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이 보였고, 캐서린이 맡은 사건은 노인들을 돌보아주는 착해 보이는 사람이 실은 이중적인 면을 숨기고 있으며 여성이라도 얼마든지 사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작의 향수를 짙게 느끼게 합니다. 이 여성 범인이 정체가 발각되고 도망을 치면서 인질을 잡거나 위험한 무기를 휘두르는 것도 많이 비슷한데 '악의 도시'에서 도망치면서 인질을 잡는 여성 범인을 어쩔 수 없이 총으로 쏜 것에 캐서린이 죄책감을 느껴서인지 그를 차마 쏘지 못한 것으로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번 책에선 그 사연이 정확하게 언급은 되지 않고 두 명의 목숨을 짊어져야 한다는 묘사가 나오던데 하나는 정확하게 어떤 건지는 파악이 안 되더군요. 보면 내가 놓친 것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리섬이 맡은 사건은 이 소설 『CSI』 시리즈가 반복해 온 클리셰를 따라가는데 역시 가장 범인일 것 같은 인간은 범인이 아니며 진짜 범인이 의도를 했건 안 했건 용의자로 몰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는데요. 보면 억울하게 용의자로 몰린 양반도 그다지 떳떳한 인간은 못된지라 자기 부인을 배반했고 자기 이웃을 속인 인간이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여자애 쪽이 마냥 불쌍하냐 하긴 그런 것이 이 여자애는 부모의 엇나간 기대를 남자들에게 기대어 풀려하는 성질 때문에 여러 남자를 유혹하여 본의 아니게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결국 그 행동의 결말이 자신에게도 매우 비참한 것이었는지라 팜므파탈이라고 칭하기도 뭐 하더군요. 진짜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경위도 삼각관계 때문에 분노한 것이 아니라 여자애랑 문제를 일으킨 것을 알면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준 사람들이 있어 그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 케이스로 어찌 보면 여자애와 비슷한 함정에 빠져 있었다는 게 드러납니다. 본의 아니게도 과학수사대 요원들은 사건을 조사해 가면서 진짜 범인을 잡아서 일단 용의자 누명을 쓴 이를 살려주고, 또 그가 피해자 여자애의 아버지에게서 딸을 망쳤다는 원망을 들어 살해당할 뻔한 것도 구해주는 등 두 번이나 살려주지만 정작 당사자는 죽는 게 나았다고 생각하는 묘한 아이러니를 남기면서 사건은 끝이 납니다. 참고로 바꿔치기된 리타 베넷의 시체는 의혹이 없는 죽음이었다는 것도 밝혀지는 게 두 번째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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