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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리뷰

by 0I사금 2025.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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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 극장에 가는 것도 어려워져서 괜찮은 영화들을 놓친 게 많았습니다. 아마 『모가디슈』도 그런 영화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필 이 영화 개봉 시기가 한참 코로나 때문에 말이 많았던 시기였으니까요. 심지어 영화 평을 찾아보니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더 흥행하고 남을 영화라는 이야기도 많았고요. 영화 개봉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영화의 내용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더 화제가 되었던 것도 기억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야 영화를 보니 극장에서 보았더라면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 더 몰입이 되었을 것 같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영화 『모가디슈』는 2022년 설날 연휴에 특선 영화로 방영해 준 덕에 감상할 수 있었는데 설날 전날에 『방구석 1열』에서 이 영화가 나오는 걸 미리 본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방구석 1열』의 '모가디슈'편도 재탕하면 영화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이 돌았던 부분은 소말리아 반군이 수도를 점령하고 각국 대사관들을 습격한 뒤 통신이 끊어져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사관 직원들이 몸을 숨기는 장면이었는데, 이 부분이 어떤 공포영화랑 견주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무섭고 끔찍한 상황이었다는 점이에요. 똑같이 고립된 상황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면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나 사람을 해치는 것보단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재난 - 전쟁 혹은 범죄 또는 자연재해- 가 더 와닿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영화의 내용과 주제와는 좀 다른 부분이지만 소말리아 정부가 무너지고 반군이 세를 얻으면서 붕괴되는 도시의 모습이 영화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나라가 무정부 상태가 되면 당할 수 있는 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정권을 잡은 바레 정부가 부패한 정권이라는 것이 외교관들의 입으로도 암시되는 바이긴 했지만, 어린아이들한테까지 총을 쥐여주면서 약탈을 일삼는 반군 또한 정상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현재 소말리아의 상황과 미쳐 돌아가는 영화 속 상황을 본다면 비록 부패한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구색 맞추기로 정부가 있는 상태가 그나마 나은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처음 소말리아 무장경찰에게 젊은 운전수가 죽고 민간인들이 시위를 하다가 제압당하는 장면은 굉장히 비극적으로 연출되어 저 나라 정부도 참으로 노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후반부 반군의 미친 행각을 보면 저놈들도 다를 바 없거나 더 미친놈들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독재 정부를 타도했어도 그다음을 잇는 놈들이 제대로 된 놈이 아닐 경우 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까. 특히 중간 북한 대사관이 밤에 탈출을 시도하다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것 같은 반군 아이들과 마주치는 장면은 그냥 기가 찼을 정도. 저래놓고 반군이 과연 명분을 내세울 수나 있겠냐 싶더라고요.

이 영화가 화제가 되고 난 다음에야 영화의 내용이 '소말리아 내전' 당시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여기서 나름 쳐낼 건 쳐내어 실화 쪽이 더 감성적인 코드가 강하다는 이야기도 확인도 가능했고요. 실화를 그대로 옮겼다면 오히려 지나치게 작위적인 신파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었으며, 취사선택을 하여 감정적인 부분을 절제하듯 묘사한 것이 오히려 영화의 장르적인 재미를 이끌어낸 듯해요. 초반 소말리아 수도가 무너지면서 고립되는 상황은 전쟁물/재난물/공포물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오싹하다가 후반부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나름 차를 무장하고 탈출하는 장면은 액션 영화 같은 긴장감이 넘쳤을 정도.


그래서 초반과 중반의 장면을 비교하면 약간 장르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차량 무장은 옷으로 만든 주머니에 흙을 담고 책을 모조리 꺼내 붙인 소박한 그것이었지만 나름 실용적이고 예상외의 발상이라 놀랐달까. 그리고 영화 정보를 찾다 보니 현재 소말리아의 나라 상태로 올로케는 다른 나라에서 촬영했다는 이야기까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묘하게 제가 재미있다고 느꼈던 영화들이 이국적인 배경에 한국 배우들이 나오는 내용이었던 게 좀 특이한 편. (예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소말리아 내전 자체가 우리나라랑은 먼 이야기라 여겨질 수 있는 걸 실감 나게 느끼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네요.

영화를 보면서 정말 걱정했던 것은 소말리아에 남은 우리 쪽 대사관들에게 북한 대사관 측이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 숫자가 훨씬 많고 아이들까지 있어 사람의 숫자가 엄청 늘어나는 바람에 과연 전부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북한 대사관이 처음 도움을 청하러 왔을 때 저걸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이는 부분도 인간적인 면모랑 당시 등장인물들의 입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을 정도. 하지만 보통 저런 상황에서라면 원수라도 내쫓지는 못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근데 북한 쪽 인물들 대사에 자막 넣어준 건 신기하더라고요. 못 알아먹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거기다 탈출하다가 한 명이라도 낙오되면 그 낙오된 사람의 입장이 상상되어 괴로웠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낙오되는 사람은 없었지만 희생자는 한 사람 나와서 좀 많이 안타까웠다고 할까... 그리고 다른 나라 대사관으로 도움을 청하러 가는 주인공들의 차량에 살려달라는 것처럼 매달리는 소말리아 사람들의 심정이 너무 절박해 보여서 그건 그것대로 안타깝더라고요. 주인공들은 탈출에 성공했다는 결말을 잘 알고 있어서 안도할 수 있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상당수 그러지 못했을 것이고 현재 소말리아 상황을 생각하면 암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영화를 보기 전 찾아본 정보에 따르면 북한 운전수 한 명이 끝내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과연 누가 죽는 걸까 했는데 다름 아닌 우리나라 쪽 대사관 직원인 강대진과 자꾸 대립각을 세우던 태준기라는 인물이었는데, 작중에서 반군한테 두들겨 맞고 전향서를 조작하던 강대진과 싸우다 맞고 맞는 장면만 기억나서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강대진과 워낙 싸우는 장면이 많아서 저렇게 싸우다가 막판에 헤어질 때 화해하겠거니 했었는데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와서 운전석에서 죽음이 확인되는 장면은 벙쪘다고 해야 할까 충격적이었어요.


뭐랄까 캐릭터 작법서 중 특정 캐릭터의 인상을 깊게 남기려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죽음을 맞이하게 하라 대강 이런 방법을 어디서 주워들은 적 있는데 딱 태준기의 캐릭터가 그에 해당되었다는 느낌. 연기한 배우가 좀비영화 『반도』에서 악역인 서대위 역할이란 걸 나중에 알고 충격. 서대위 캐릭터를 떠올리지 못한 건 영화 『반도』 자체가 인상적이지 않아 기억에 안 남은 탓도 있었지만... 뭐 어쨌든 우리 쪽 대사관 직원들 중에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출연한 박반장이랑 윤태구 형사 역 배우도 같이 출연해서 보면서 괜스레 반갑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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