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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셜록 홈즈 전집』 5권 : 「셜록 홈즈의 모험」 리뷰

by 0I사금 2025.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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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셜록 홈즈』 단편집입니다. 전권인 4권 「공포의 계곡」 편으로 장편 시리즈는 끝나고 이번 『셜록 홈즈의 모험』편부터 단편들의 시작인데 지난번에 리뷰한 『셜록 홈즈 베스트 단편선』과 겹치는 내용들은 그냥 넘어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첫 번째 단편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과 두 번째 단편 「빨간 머리 연맹」의 리뷰는 생략. 세 번째 단편 「신랑의 정체」은 실종된 연인을 찾는 여성의 이야기인데 그 여성과 나이차가 적은 새아버지의 반대가 심하다는 점과 의뢰인 여성의 시력이 안 좋다는 점 등을 보고 대충 결말이 예측 가능하더라고요. '변장'이란 코드는 『셜록 홈즈』 소설에 많이 등장하는데 이번 단편집에서도 이 변장과 관련된 단편이 여럿 등장하지요. 이 단편은 완전 돈을 노린 남자의 모녀 농락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네번째 단편 「보스콤 계곡 사건」은 패륜범죄자로 몰린 청년의 누명을 벗기려다가 인간의 구린 과거까지 파헤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악질 범죄자였던 아버지를 둔 딸과 그 아버지를 협박하는 파렴치한의 아들이 눈이 맞았기 때문에 생겨난 비극이었죠. 웃긴 건 갱단과 살인의 전적을 가진 범죄자가 한다는 소리가 자신을 협박하는 인간의 아들더러 저주받은 핏줄이 흐르니 딸을 주기 싫다고 말하는 거였어요. 자기 과거를 아무도 모르게 묻어두기만 하면 자신의 더러운 행실도 사라진다고 믿는 부류들은 어디에나 있는 거 같습니다.


다섯번째 단편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은 KKK가 소재로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아무래도 이 『셜록 홈즈』가 연재되었을 시대 때부터 꽤나 문제가 되어온 집단인 거 같은데 앞의 단편과 마찬가지로 부모세대의 구린 행적이 아들세대에게 업으로 미치지요. 다만 이 사건은 홈즈가 실마리를 잡기는 했으나 살인은 막지 못하였기 때문에 홈즈 스스로도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직접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법의 심판을 내리려 준비하지만 법의 심판보다 천벌이 살인마들에게 먼저 내려지게 됩니다. 하늘도 그런 놈들은 용납 못하는 듯.


여섯번째 단편 「입술 비뚤어진 사나이」 역시 변장이라는 코드가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홈즈가 받는 의뢰 중에는 살인뿐만이 아니라 실종과 관련된 것도 여럿 있는데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결말 부분에서 황당한 적이 있어요. 실종된 남자는 걸인으로 분장했기 때문에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건데 남자가 그런 짓을 한 이유가 그 일이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거. 근데 웃긴 건 예전에 본 기사 중에 두바이같은 나라의 특별한 기간 때 외국인이 구걸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나 기자가 기사를 쓰기 위해 걸인으로 분장하여 돈을 구걸하니 꽤 큰 수익이 되더라 하는 내용의 글을 본 적 있는데 의외로 이런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종종 있던 것은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일곱번째 단편 「푸른 카벙클」은 우연히 주운 거위의 뱃속에서 도둑맞은 값진 보석을 발견하게 된 홈즈가 그것을 계기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내용입니다. 가끔 멍청하게도 한순간의 탐욕에 눈멀어서 인생을 망치는 인간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내용 같았습니다. 그 '멍청함'이 불쌍하다고 이번엔 홈즈가 범인을 봐주더군요. 셜록 홈즈 소설 속에 등장하는 범죄자들 중에서 제일 매가리 없는 놈이 등장하는 단편이었어요. 그리고 다음 여덟 번째 단편 「얼룩 띠의 비밀」은 『셜록 홈즈 베스트 단편선』의 「얼룩무늬끈」과 동일한 내용이니 패스.


아홉번째 단편 「어느 기술자의 엄지손가락」은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살인만이 아니라 의외로 다양한 범죄들이 등장하는 걸 보여주는 단편 같았습니다. 살인은 기본이요, 절도와 실종 사건은 흔하다 쳐도 화폐위조 범죄까지 등장할 줄은 몰랐었네요. 사건의 시작도 특이하게 왓슨의 병원으로 엄지손가락을 잃은 환자가 찾아오고 왓슨을 통해 홈즈와 의뢰인이 만나게 되는 걸로 시작하는데요. 의뢰가 아닌 왓슨에게 일어난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입술 비뚤어진 사나이」 편에서도 그렇습니다.


열번째 단편 「귀족 독신남」은 결혼식날 신부의 실종사건으로 시작해서 애정의 도피극으로 마무리되는데요. 『셜록 홈즈』 소설 속의 사건에는 남녀의 치정이나 여성과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 편입니다. 이번 편은 사랑의 도피극이라는 흔해빠진 이야기라도 여자가 높은 신분상승이라는 조건을 버리고 남은 게 없는 옛 남자를 택한다는 게 좀 놀라웠어요. 하지만 신랑이 될 뻔한 귀족남은 좀 불쌍하더군요. 정략결혼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아마 그 남자 인생의 유일한 굴욕이 될 듯...


열한번째 단편 「녹주석 보관」은 값나가는 보석상자를 맡게 된 은행 사장의 의뢰로 시작합니다. 보석을 훔친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그의 아들인데 실제로 망나니 취급받던 아들은 실은 신사였으며 오히려 애지중지하던 조카딸이 집안 망하게 할 것이었다는 게 반전. 이번 편은 범죄자에게 넘어가는 어리석은 여성의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겠는데 사이코패스나 악명 높은 범죄자에게 끌리는 여자들이 이런 류의 소설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놀랄 일이라죠. 그런 여성은 범죄자와 함께 하는 동안 뼈저린 대가를 치른다는 홈즈의 말은 속 시원한 느낌까지 듭니다. 여기 등장하는 여성은 바로 앞의 단편과 바로 뒤의 단편에 등장하는 여성과는 너무 대조되더군요.


마지막 단편 「너도밤나무 집」은 싹싹한 가정교사가 자신이 취직된 집안에서 이상한 대리역할을 맡게 되자, 그 불안을 덜기 위해 홈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결론은 딸의 재산을 노린 포악한 아버지가 딸을 감금하고 그 연인과 떼어놓기 위해 비슷한 여성을 데려와 대역을 시킨 것인데 이 아버지는 마지막에 스스로 업보를 치룹니다. 특이한 것은 이번 단편집에는 딸의 재산을 노린 아버지들의 범죄가 여럿 나온다는 건데 딸의 재산을 부모도 함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이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다음 『셜록 홈즈』 시리즈도 이번 5권과 비슷하게 단편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역시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정수는 단편집에 있다는 생각이. 또한 이번에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느낀 것은 왓슨의 개인적 이야기가 배경으로 몇 번 등장한다는 사실이었는데요. 왓슨의 부인이나 결혼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은 제가 단편집의 세세한 내용들을 제대로 기억 못 한 탓이었습니다. 물론 왓슨의 가정사 자체는 소설의 내용에 큰 비중은 없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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