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번에 읽은 『셜록 홈즈 전집』 4권인 「공포의 계곡」은 전체 『셜록 홈즈』 시리즈 중에서 가장 찜찜한 결말로 끝나는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런 건 아니었지만 사건은 다 해결해 놓았음에도 결국 빌런인 모리어티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홈즈 일행이 지켜주려고 했던 인물이 희생되는 내용이니까요. 이번 「공포의 계곡」은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내용의 반, 그 사건의 중심에 있던 더글라스의 과거 회상 이야기가 반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생각해보니 이런 구성은 첫 번째 소설 「주홍색 연구」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포의 계곡」 편의 특징으로 홈즈를 죽음으로 몰고 갈 뻔한 빌런 '모리어티'의 존재가 나타난다는 점인데요. 흑막으로 그 모습은 직접 드러나지 않고 홈즈 일행이 이 사건 뒤에는 모리어티가 있다고 확신하는 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빌런인 모리어티가 직접 등장하는 것은 단편 「마지막 사건」에서였죠. 거기다 「공포의 계곡」은 그 내용이 찜찜하게 끝나는데도 처음 읽었을 때 꼼꼼하게 읽었던 모양인지 사건의 중반쯤 가자 그 트릭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바로 더글라스의 시체라고 여겨졌던 것은 실은 더글라스를 살해하려 한 인간의 시체로 오랫동안 목숨의 위협을 받아온 더글라스가 자신을 죽었다고 위장하려 한 것인데 물론 이 계획은 홈즈가 사건에 끼어들면서 수포로 돌아가지요. 책의 반이나 되는 분량을 차지하는 더글라스의 과거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안에 등장하는 스카우러단이라는 살인 조직은 마치 미국 마피아의 원형이 아닌가 생각되더라고요. 더글라스는 미국의 유능한 탐정으로 이 살인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그 조직에 숨어 들어가 단원인 것처럼 활동하고 증거를 잡게 됩니다.
더글라스의 활약으로 살인조직은 분쇄되지만 그 조직원 중에 살아남은 자들이 더글라스에게 보복하기 위해 그가 피신한 영국까지 쫓아오고 모리어티가 그들에게 자기 머리를 빌려주었는데, 결국 그들이 암살에 실패하자 막판에 모리어티가 직접 나서서 살인을 완성시킵니다. 책에서 모리어티는 머리를 빌려주는 댓가로 엄청난 수익을 받는다고 나오지만, 그가 막판에 자신과 원한관계도 아닌 더글라스를 살해한 것으로 보아 자기 능력에 대한 과시욕이 강한 엄청 머리 좋은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능력에 대한 과시욕은 홈즈가 자신이 알아챈 것을 일러줄 때 주위사람들이 깜짝 놀라게끔 상황을 유도하는 것을 보면 그에게도 그런 점이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종종 홈즈가 범죄에 머리를 썼다면 위험했을 거라는 왓슨의 말도 있는 것처럼 어느 분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갈린 것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홈즈의 성격은 굉장히 독특한 괴짜이지, 냉혈한은 아니라서 모리어티처럼 범죄에 머리를 쓸 일은 없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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