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6권 「셜록 홈즈의 회상록」 리뷰입니다. 이번 6권 역시 단편 모음집이라 한번 책을 붙들다 보니 결국 끝까지 읽는 것이 단편집 쪽이 몰입도가 더 좋았던 모양입니다. 첫 번째 단편 「실버 블레이즈」는 경마장의 명마가 실종되고 수상한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홈즈가 나서는 내용인데요. 의외로 사건은 허망하게 인간이 저지른 짓이 아니라 피해자가 말에게 걷어차여 사망한 것으로 종결됩니다. 그래도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까요? 부인 몰래 다른 여자에게 양다리 걸치던 한량이 승부조작을 하려고 말에게 상처를 내려다 죽은 셈이니....
두 번째 단편 「노란 얼굴」은 전 시리즈의 리뷰를 하면서 의외로 『셜록 홈즈』 시리즈에선 살인만이 아닌 여러 가지 사건들이 등장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 구절이 생각난 단편입니다. 첫 번째 사건 같은 경우도 경마장 승부조작이 화근이 된 거였고 이번 사건은 미심쩍은 과거를 간직한 채 재혼한 과부의 비밀을 추적한 셈인데 간단한 사건이라 생각하고 추리했으나 의외로 결말은 엉뚱하게 끝납니다. 홈즈는 꽤 오만한 성격 같지만 의외로 자신의 실수를 순순히 인정도 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세 번째 단편 「증권거래소 직원」은 수상쩍은 행운도 행운이라고 덥석 잡았다가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암울한 구렁텅이에 빠질 수 있는 걸 보여주는 단편. 이번 사건의 의뢰인이 그런 경우인데 홈즈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네 번째 단편 「글로리아 스콧 호」는 홈즈의 과거 이야기인데 홈즈의 개인적인 이야기라면 흥미가 생기게 됩니다. 이번 단편은 홈즈가 탐정이란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해야 할까요? 아버지세대의 업보가 아들에게 미치는 이야기도 홈즈 시리즈에 종종 등장하는 편입니다. 이번 사건은 과거에 묻어둔 선상 반란 사건으로 요약도 될 듯.
다섯 번째 단편 「머즈그레이브 전례문」도 홈즈의 과거이야기입니다. 왓슨과 함께 한 것이 아닌 과거 홈즈가 혼자 사건을 수사했을 때의 이야기인데요. 홈즈가 대학친구를 돕다가 그의 집안에 전해 내려오는 전례문을 해독하고 숨겨둔 보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희생자는 엉뚱하게도 그 집안에 일하던 집사인데, 주인보다 먼저 보물의 위치를 발견했지만... 여자한테 원한을 사서 죽는 남자들 이야기도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제법 등장하는 거 같습니다.
여섯 번째 단편 「라이기트의 수수께끼」는 지나친 탐정 업무로 쇠약해진 홈즈가 라이기트란 곳에 요양을 하러 갔다가 다시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입니다. 사건을 풀려다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되는데 아마 홈즈란 인간의 성격 상 그에게 맞는 요양은 역시 좋아하는 일[범죄수사]을 하는 것인 듯. 일곱 번째 단편 「꼽추 사내」는 개인적으로 이번 단편집에서 가장 인상 깊던 단편인데 오래전 남녀의 치정이 일궈낸 비극이라고 해야 할까요? 특이하게 살인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인간이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오다 스스로 파멸하는 게 독특했어요.
여덟 번째 단편 「장기입원 환자」는 수상쩍은 행운이란 코드가 한번 더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이번 사건의 의뢰인인 의사는 피해자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직접적으로 피해본 것은 없고 주위에서 일어난 수상쩍은 일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부탁하는데요. 그 덕택에 오래전 묻어둔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요. 단 이번 사건에서 살인마들에겐 법의 심판보다 하늘의 심판이 먼저 내려집니다. 이런 결말은 저번 5권에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서도 등장하지요.
아홉 번째 단편 「그리스어 통역관」에선 처음으로 그의 형인 마이크로프트가 등장하여 사건에 도움을 주는데요. 보면 홈즈의 가족이 소설 속에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오래전에 이 전집을 읽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모양. 또 이번 전집의 제목에 '회상록'인 이유는 홈즈의 과거적 개인적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또 홈즈가 종종 정치적 스캔들이 일어날 법한 큰 사건들을 해결한 것도 여러 번인데 열 번째 단편 「해군 조약문」도 그렇습니다. 정치계에 몸담은 왓슨의 친구가 중요한 서류를 도둑맞은 사건으로 서류 도난 사건의 범인은 친구 약혼자의 오빠였는데 다른 이유가 아니라 돈을 뜯어낼 목적이었고요.
이번 단편의 결말은 딱 서류를 찾아내는 데서 끝납니다만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예정대로 약혼자와 결혼을 할까 의문이었어요. 마지막 단편 「마지막 사건」은 먼저 리뷰한 『셜록 홈즈 베스트 단편선』에서도 실려 있던 소설로 아서 코난 도일은 이 단편에서 홈즈의 죽음으로 홈즈 시리즈를 종결시키려 했으나 독자들의 아주 거센 반발로 결국 홈즈를 부활시켜야 했다는 일화를 알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아서 코난 도일은 자신을 출세 작가로 만들어준 홈즈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찾을 수 있었고요. 이로써 『셜록 홈즈 전집』도 6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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