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셜록 홈즈』 장편 시리즈 중에서 제일 재밌게 읽었었다고 여겨지는 소설이 바로 「바스커빌 가문의 개」입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물론이거니와 추리 소설들 중 미신이나 전설에서 트릭을 창안한 범죄가 많고, 주인공들이 결국 진실은 초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작품들이 종종 있는데 이번 3권의 내용이 딱 그런 종류입니다. 예전에 『인챈티드 월드』 시리즈를 읽으면서 영국 일부 지방에 전해지는 검은 개의 전설을 알게 되었는데 덩치 큰 검은 개는 '사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나오더라고요. 이번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그런 전설에서 힌트를 얻은 소설이 아닌가 싶던데 검은 개를 단지 분위기 떡밥으로만 쓴 게 아니라 진짜 살인 도구로 쓰기도 했지만 결국 개가 사람한테 이용당하다가 결국 사람 손에 죽는 내용이나 실상은 인간이 더 사신(死神) 같기도 했습니다.
이미 시리즈를 한번 완독한 적이 있었고 이번 「바스커빌 가문의 개」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던 지라 어느 정도 줄거리를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황무지에 나타난 검은 사람의 모습이 홈즈라는 사실은 진작에 눈치챘고, 중간에 나온 황무지 거주민인 스태플턴이 숨겨진 바스커빌 가문의 자식이며 홈즈가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이 역대 바스커빌 가문의 초상화들을 보며 가장 악명 높았던 휴고 바스커빌과 스태플턴의 생김새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라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은근히 『셜록 홈즈』에서도 유전적인 요소가 범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가 종종 등장하는 것 같은데요. 물론 곁다리로 등장하는 탈옥수 셀든의 경우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나오며 바스커빌 가문에서 일하는 그의 선량한 누나와는 대비가 되게 합니다만...
아무래도 아서 코난 도일은 범죄자 특유의 사악한 천성이 있다고 믿은 건 아니었나 싶기도 한데 이젠 흔하게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는 날 때부터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며, 똑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엇나가는 인간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 인간의 행동을 반드시 환경탓만으로 돌리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합니다. 특이한 것은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당시 영국사회의 모습이었는데요. 내용의 중심이 된 바스커빌 가문은 유서 깊은 가문으로 한때 몰락했다가 다시 재기에 성공한 가문이라고 설명이 나오는데 그 시대의 언론이 갑작스레 출현하는 벼락부자나 신흥부자들과는 다르게 그 가문의 후예들이 재기하는 것을 매우 명예롭다고 여기는 부분이 남달랐습니다. 역시 영국은 계급사회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이번 소설에서 읽다가 좀 웃긴 부분은 주인공인 홈즈의 두상이 길게 생겼다는 점 때문에 골상학 매니아인 의사의 입으로 언급이 된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홈즈는 얼굴 형은 말(馬)상인 듯. 또 이번 범죄의 타깃이 된 헨리인 경우는 스태플턴이 자기 누이라고 속인 그의 아내에게 반했다고 나오는데, 솔직히 범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스태플턴에게 학대까지 받은 여성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범죄에 가담한 인물이고 결혼 여부까지 숨긴 여자와 결혼하는 건가 읽으면서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전개로 가지는 않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사랑이 어쩌고 하면서 범죄자에게 협력한 인물과 결혼에 골인하는 결말이었으면 내가 이 소설을 그리 감명 깊게 볼일이 없었을 듯해요. 추리 소설에 어울리는 결말은 그런 해피엔딩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책 > 소설과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셜록 홈즈 전집』 5권 : 「셜록 홈즈의 모험」 리뷰 (0) | 2025.02.22 |
---|---|
『셜록 홈즈 전집』 4권 : 「공포의 계곡」 리뷰 (0) | 2025.02.21 |
『셜록 홈즈 전집』 2권 : 「네 사람의 서명」 리뷰 (0) | 2025.02.19 |
『셜록 홈즈 전집』 1권 : 「주홍색 연구」 리뷰 (0) | 2025.02.18 |
『셜록 홈즈 베스트 단편선』 리뷰 (0) | 202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