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8권 「홈즈의 마지막 인사」 리뷰입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에 번역되어 나온 『셜록 홈즈 전집』은 총 9권으로 분명 마지막권은 『셜록 홈즈 전집』 9권이 되어야 하는데 왠지 타이틀이나 내용으로 보자면 이번 8권이 마지막 시리즈가 될 법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예 소설이 시작되기 전에 첫 페이지에 이런 류의 글이 실려있는데 전문을 여기다 옮겨봅니다. 왜냐면 홈즈가 말년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글이 되므로.
「셜록 홈즈는 가끔 류머티즘이 도져 고생은 하고 있어도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 있는데, 친구들이 알면 기뻐할 일이다. 그는 수년동안, 이스트본에서 8킬로미터 떨어진 고원의 작은 농장에 거주하면서 철학과 농업에 몰두했다. 이 휴식 기간 동에도 여러 건의 정중한 사건 의뢰가 있었지만 탐정 일에서 영영 손을 떼기로 결심했던 그는 모두 거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영국과 독일 간의 전운이 감돌자 정부의 요구에 응해 자신의 놀라운 지식과 활동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는데, 그 역사적 결과에 대해서는 '마지막 인사' 편에서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 내 서류철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예전의 사례들을 추가했다. - 의학박사 존 H. 왓슨」
8권에 실린 단편은 왓슨의 윗글에 삽입된 「마지막 인사」편을 포함하여 총 여덟 가지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단편 「등나무 집」은 분량이 제법 긴 데다가 등장인물들이 제법 많은 편이라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 두어 번 정도 재탕한 소설입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 나라의 독재자가 국민의 분노를 피해 피신하고, 그를 응징하기 위해 사람들이 영국까지 쫓아왔으나 응징하려던 인물이 오히려 역공으로 살해당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죠. 의뢰인은 본의 아니게 응징자들의 증인이 되었어야 할 영국인이었고요. 인간백정을 응징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소설의 말미에 정의가 실현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복잡한 인물구도에 비해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재미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어요.
두번째 단편 「소포 상자」는 독신의 선량한 노처녀에게 남녀의 귀가 들어있는 기괴한 소포가 배달되면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형태가 독특함과 동시에 인간의 치정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후에 밝혀지면서 뭔가 암울한 의미까지 던져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어요. 세 자매 중 막내인 여성과 결혼한 남성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려고 했지만 그 사이를 질투한 둘째 언니가 그 둘을 이간질했고 결국 부부 사이는 파토가 납니다. 치정과 관련된 사건은 『셜록 홈즈』 시리즈 내에서 많았지만 이 사건은 어떤 치정사건보다 불행한 사건이 아니었나 싶어요.
세번째 단편 「붉은 원」은 수상쩍은 하숙인들로 인해 불안해진 하숙집 여주인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홈즈가 하숙인들의 정체를 밝혀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하숙인들 뒤에 더 큰 범죄자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것은 홈즈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 정체를 밝혀내는 와중에 범죄자를 쫓는 경찰들과 엮이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게 된 셈이었죠. 여기서 언급되는 '붉은 원'이라는 범죄조직은 이탈리아 특유의 마피아와 유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홈즈가 거물급 의뢰인들에게서 도난당한 기밀 서류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종종 있는데요.
네 번째 단편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도 그런 것인 줄 알았으나 전형에서 약간 벗어난 이야기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계도를 훔쳐간 용의자로 주목된 청년이 설계도의 일부는 없어진 채로 살해당한 뒤 발견되는데요. 이 사건의 반전 요소는 용의자가 실은 피해자였으며 오히려 좋은 일을 하려다가 죽임 당하고 홈즈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지 않았다면 그대로 누명을 썼을 거라는 게 무섭달까.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상황과 다른 사람들의 악의 때문에 핀치에 몰리는 일은 비단 소설에만 등장하는 일이 아니라서 말이죠. 이 단편의 특이점은 바로 홈즈의 형이 마이크로프트가 등장한다는 건데 마이크로프트의 외양묘사를 보면 마른 체구의 홈즈완 다르게 뚱뚱한 편이라고 묘사가 나오더라고요.
다섯 번째 단편 「빈사의 탐정」은 홈즈의 특기인 연기력이 빛난 단편입니다. 이 단편에서 홈즈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독자만이 아니라 가까이 오면 병이 옮을 거라면서 왓슨까지 속여 넘겼는데, 왓슨을 속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왓슨의 연기력이 부족해서라는 이유와 죽어가는 연기를 하는데 왓슨은 의사라서 금방 눈치챌 거라는 걸 알고서 그랬다는 것. 근데 소설이 막바지에 다다르기 전까진 읽는 저도 홈즈가 정말 아픈 거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였으니...
여섯 번째 단편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의 실종」은 제목이 내용을 담고 있는 단편입니다. 프랜시스 카팍스라는 미혼의 중년여성이 부부사기단 겸 살인마들에게 붙들리자 홈즈가 그 사건의 증거를 찾아내려고 하지요. 범죄자를 오인한 왓슨의 실수만이 아니라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범인의 집에 들이닥친 홈즈가 법 때문에 오히려 경찰들 손에 쫓겨나기까지 하는 등 수모를 겪습니다. 홈즈가 무조건 만능열쇠는 아니더라는 것. 근데 여기서 묘사되는 부부범죄자는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지만 왠지 사이코패스 스멜이 풀풀 나더군요. 여기서 이중공간 트릭이 활용되어 관 속 시체 밑에 사람을 숨겨놓았다는 걸 알아내고 범죄자들을 잡아내지요.
일곱 번째 단편 「악마의 발」은 유산 상속문제거 시대를 막론하고 혈연을 원수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이랄까요? 홈즈의 건강이 나쁘다는 점은 다른 단편에서도 몇 번 언급되는데 이번 단편은 홈즈가 건강을 위해 요양을 간 곳에서 벌어집니다. 한 가문에서 여자가 살해당하고 그 여자의 남자형제들은 미쳐버리는 기묘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사건은 다시 살아남은 일가의 남자마저 살해당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유산을 노려 다른 형제들을 제거한 작자는 결국 살해당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손에 의해 응징당합니다. 여기서 홈즈는 「애비그레인지 저택」 때와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데, 여자에게 관심 없는 홈즈지만 사랑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남자들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단편 「마지막 인사」는 앞에 언급된 왓슨의 글에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기존의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편소설과는 다른 구도를 취하고 있어서 읽었을 때 낯설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단편입니다. 기존의 셜록 홈즈 시리즈는 왓슨이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홈즈의 활약을 펼쳐놓는데 반해 여기선 왓슨도 관찰자 자리에서 물러나 소설 속의 한 인물로 취급되거든요. 즉, 전지적 작가 시점을 취하는 유일한 단편인데 홈즈가 은퇴한 뒤에도 건재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이죠. 실질적으로 이 이야기가 홈즈 시리즈의 종점에 해당되지만, 아직 리뷰할 책은 한권이 더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셜록 홈즈 전집』은 소설이 나온 순서대로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마지막 한 권에 해당되는 단편들은 당시 독자들의 요청에 의한 작가의 서비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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