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하나의 문학작품이 사회의 획을 그으면 그 작품의 이름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예전에 리뷰한 『프랑켄슈타인』이 그랬고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설들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그 소재의 특이성이나 괴기함 때문에 그 소설들이 사람들에게 굉장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는데요. 특히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경우는 현대의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인 이중인격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작품이라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나 싶습니다. 당연히 책에서 이르는 '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이란 단어도 바로 그 소설에서 따온 이름이고요.
하지만 읽다 보면 우리가 흔히 영화나 소설에서 보는 이중인격과는 의미도 약간 다른데, 이중인격은 엄연히 정신질환 중 하나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며 한 사람 속에 여러 사람이 들어있고 그 인격들이 서로 따로 존재한다기보다는 그 성격이 상황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는 반응을 보이며 그것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자면 사회에서는 사람들에게 온화하고 친절하며 유능한 사람이지만 집안에서는 폭군이 되는 가장이나, 자신의 연인에게 한없이 사근대다가도 약간의 거부라도 보이면 그것이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식은 것인 것 마냥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대개 책에서 설명하는 이중인격자들은 평소에 멀쩡하다가도 그 격한 반응이나 무모한 요구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는 점을 상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잘 드러내주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이중인격을 판단하기 위해 리스트를 갖추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해당되는 요소를 찾아낼 수 있게끔 도와주는데 생각보다 상당한 확인방법이 들어 있으므로 혹시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고 판단하는 분이나 자신도 약간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하시는 분들께 이 책이 좋은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이중인격자들은 그 특성으로 경계성 성격장애로 인한 이중인격, 나르시시즘 성격장애로 인한 이중인격, 반사회적 성격장애(소시오패스) 이중인격 이렇게 크게 나누어지는데 여기서 반사회성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둘은 어린 시절 그와 같은 이중인격 부모 밑에서 자라거나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억눌러야 했던 감정이나 수치심이 성격장애로 드러나게 된 경우라고 하더군요. 이중인격자들은 항상 주위사람들을 원망하고 탓하여 피곤하게 하지만 그것이 정말 주위사람들의 잘못 때문은 아니며 실제로는 자신 내부의 수치심과 고통을 외부 인물들에게 투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혹여나 이런 이들과 얽히신 분들은 자신의 부족함이나 있지도 않은 잘못을 자책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하지만 반사회성 성격장애 이중인격자들 즉, 소시오패스들은 학대경험이나 억누른 감정이 있어서라기보단 원래 죄책감이 없고 다른 사람들을 통해 목적을 이루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고치려 하기보단 거리를 두거나 멀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양심이 없기 때문에 남들을 이용하면서도 남들이 자신을 믿게끔 연기하는 것도 능수능란하니 더 주의해야 한다고요. 중요한 것은 이중인격은 완벽주의 내지는 남의 시선, 지나친 선에 대한 요구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부분마저 억누르는 경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 필요가 없으며 인간이 결코 완전무결하지는 않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책에서 얻는 교훈은 정상인들로 하여금 착한 사람 콤플렉스 역시 벗어버리라고 은연중에 일러준다는 건데, 상담자들 중에서도 이런 이중인격자들과 얽혀 고생하고 그것을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 그래도 상대방이 가엾어서 나라도 곁에 있어줘야 한다거나 기왕 나와 만난 만큼 내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빠져 이중인격자 곁에 머무는 경우들이 있어 이런 점이 상황을 더 악화시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실제로 이중인격은 상담과 몇 년이나 걸리는 긴 치료 이외에는 현재 큰 방도가 없으며 자신이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책에서는 언급되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런 선의로 가장한 착각도 현대인을 병들게 하는 질환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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