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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2년~2023년)

『오늘의 웹툰』 9화 리뷰 (2022. 8. 27. 작성)

by 0I사금 202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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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늘의 웹툰』 9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는 일본 만화 『중쇄를 찍자!』가 원작이고 이미 일본에서 10부작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만화책을 정주행 하는 것보다는 넷플릭스에 올라온 일본 드라마 보는 쪽이 더 빨라서 미리 그것을 본 적 있는데, 리메이크 버전은 회차 수가 더 많기 때문인지 중간중간 오리지널 요소가 더 들어갔다는 느낌이에요. 원작 만화는 총 15권이라는 장편이기 때문에 일본 실사 드라마도 원작의 내용을 전부 담은 것은 아니며, 원작 만화와 비교했을 때 초반부 에피소드들을 다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어쩌면 리메이크 버전은 회차가 더 많으니 원작 만화의 내용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겼습니다.


『오늘의 웹툰』 드라마와 원작 만화의 내용을 같이 보다 보면 이 리메이크 작품이 원작의 장면을 더 살린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해서요. 일단 전편 8화는 온마음이 신대륙 작가가 경찰서에 붙들려 있다는 연락을 받는 걸로 끝이 났는데 신대륙이 경찰서에 붙들린 이유는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미리 예상을 했듯 사람 표정을 관찰한답시고 거리로 나갔다가 괜한 오해를 사는 해프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본 드라마에선 거리에서 사람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관찰을 하다가 이상한 놈 취급받으며 도망간 것과 달리 이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여자 표정을 관찰한답시고 쫓아갔다가 변태 취급을 받고 여자의 남자친구한테 두들겨 맞는 등 좀 더 심각한 사태로 묘사되더라고요.


결국 경찰서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그를 데려오는 건 온마음이 해야 했는데, 나중에 등장한 마해규 작가의 딸  마유나와 얽힐 때도 그렇고 온마음은 작중에서 누군가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신대륙은 자신을 따끔하게 타이르는 온마음에게 꼭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듯이 매달리는데, 이쯤 되면 온마음은 신대륙에게 신이 아니라 거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거나 다를 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일본 드라마처럼 리메이크 역시 후반부는 신대륙이란 인물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자립하게 만들기처럼 흘러갈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등장하는 마유나와 비교하면 신대륙 쪽이 더 나이가 많음에도 정신적인 성숙함은 차이가 있다고 여겨졌을 정도.


원작 만화에서 쿠로사와가 선배 편집자들로부터 훌륭한 작가는 편집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는 작가라는 말을 듣고 나름 깨달음을 얻는 장면이 나오던데, 지금 리메이크 시점에서 신대륙은 재능은 뛰어날지언정 심정적으로 온마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한 편입니다. 아동학대의 후유증 때문일지 몰라도 이건 한 인간으로서는 절대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고 미리 본 일본 드라마를 따르면 연재가 시작된 후에도 문제는 발생하니... 어쨌든 신대륙의 '피브병기'는 무사히 연재가 시작되는데, 처음 예상과 달리 거친 그림체에도 불구하고 후한 반응을 얻습니다. 고향으로 내려간 임동희 어시가 그걸 보면서 기뻐하는 모습이 나온 것도  꽤 반가웠다고 할까요?

유튜버 '웹툰마녀'인 온누리조차 '피브병기'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을 정도였고, 이우진 작가의 '풀카운트' 역시 호평을 받으며 시작했기에 구준영 역시 기뻐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작중 구준영은 온마음과 얽히면서 피디 일에 보람을 느끼게 되고 점차 감정이 뚜렷해지는 모습으로 묘사되던데 이번에 누나가 죽었다는 게 확실하게 확인되었고, 온마음에게 누나를 겹쳐보면서 위안을 얻는 묘사가 간간이 들어가는 것 같네요. 온마음이 구준영에게 갖는 감정은 몰라도, 구준영이 온마음에게 갖는 감정은 확실할 듯. 하지만 이건 신대륙이 온마음을 자기 구세주처럼 보고 의존하는 것과는 달리 좀 더 인간적인 느낌인데, 동료애와 남녀의 호감 그 어디에 가깝다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이번 회차에선 원작의 사건, 과거의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주식 투자 실패와 알코올 중독으로 폐인이 된 만화가 우시로다 바쿠의 이야기 역시 적절하게 각색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과거 만화 잡지 시절 장만철이 담당하기도 한 만화가 마해규의 작품 '타임머신에게 부탁해'를 웹툰으로 리메이크하는 과정은 원작의 노선대로 순탄하지는 않았는데, 원작 만화나 일본 드라마나 완성도는 훌륭하지만 이 에피소드에 한해선 지나치게 감성적인 어필을 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조금 탐탁잖은 면도 없지 않았거든요. 이 에피소드에서 제일 피해자가 만화가의 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요. 이번 에피소드는 아역의 훌륭한 연기까지 더해져 더 울림이 와닿았다고 할까요.


리메이크 버전에서도 감성적인 요소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훌륭한 작가니까 딸더러 아버지를 이해해달라고 요구하거나,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폐인이 된 만화가를 깨우치는 전개에 치중하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 오히려 그보단  과거의 영광에 취했으면서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만화가 마해규를 향해, 지금 당장 그가 책임져야 할 대상은 그의 딸임을 어필하며 그에게 있어 가장 훌륭한 작품은 그가 그린 만화가 아니라 딸인 마유나라고 온마음이 쓴소리를 하는 장면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 온마음의 말 덕분인지 마해규는 정신을 차리고 처음에 거절했던 웹툰 리메이크 계약을 맺게 됩니다. 그런데 원작처럼 저작권 이익을 딸에게 양도하고 잠적을 한 건지는 좀 모호하더라고요.


어쨌든 이번 9화 에피소드는 오리지널 요소와 원작 요소가 적절하게 버무려져서 몰입을 이끌어냈는데요. 그동안 얄밉게 보였던 권피디조차 마해규 작가의 작품 리메이크 건으로 나름 조언을 해주거나  '피브병기'의 연재 성공으로 자신의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는 등 의외의 면모를 보이면서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도 합니다. 또  아직 회수되지 않는 오윤 작가와 최두희 피디 갈등이라던가, 뽐므 작가 스토킹이라던가, 기유미 피디 등 앞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도 암시되고 있고요. 아무래도 '민들레 철도' 이야기는 최후반부로 옮겨지려나 싶던데요. 석지형의 영툰 이직 떡밥은 안 그러려니 하면서도 심각하게 나오고 있더라고요. 다음 10화는 이 이야기가 메인일 텐데 왠지 석지형과 온마음이 얽히는 장면도 많이 나올 느낌이라 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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