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녹두꽃』을 보면서 금요일 회차에서는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외부적인 큰 사건은 토요일 회차에 나오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아무래도 이게 맞는 것 같네요. 금요일 분량이 백이현의 흑화 과정을 보여준다면 오늘 분량은 동학군과 경군의 전투와 동학군이 갈 방향을 보여주는 화였다고 생각됐습니다. 오늘이 어제보다 상당히 몰아치는 회차였거든요. 백이현은 백이강을 붙들기 위해 식사에 수면제를 타 번개와 버들이를 잡아놓는데 백이현의 그런 변모가 오히려 백이강이 동학군으로 돌아가야 하는 당위성을 준 것 같은 느낌.
중반 전봉준이 백이강에게 황진사를 적으로 삼지 말고 더 큰 것을 적으로 삼으라는 말은 이번화의 명대사임과 동시에 백이강이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은 단순 신분제의 윗자리를 차지하는 인간들이 아닌 그것을 통해 약자를 짓밟는 것을 정당화하는 구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암시했다고 봐요. 전봉준의 비중 자체는 큰 편은 아니나 나올 때마다 핵심을 찌르는 대사를 한다고 할까.
물론 극상에서 백이강은 황진사와 직접적인 연은 없고 그저 동생의 스승 정도의 거리였음에도 백이강 쪽에서 동생인 백이현이 겪은 일들을 지켜본 이상 충분히 원한을 가질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진사 같은 캐릭터는 뭐랄까 위선적인 인물인지라 그것이 설령 이해는 간다고 하더라도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인간상인데 같은 배우가 연기한 『닥터 프리즈너』의 빌런 이재준은 악한 행동이라도 거침없기에 악당이라도 나름 매력적이었던 것과 반대랄까.
백이현이 서서히 그에게 복수의 칼을 갈기 시작해도 황진사의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황진사 이야기에 한해선 백이현을 자꾸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 부임한 사또인 박원명은 개념 있는 공직자인 것도 있고, 자신은 모르지만 백이현한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어서 정이 가요. 명심 아씨는 마냥 순종적인 순둥이인 줄 알았는데 은근 고집도 있는 것 같아서 좋았고요. 그나저나 남서방은 백이현한테 협력한 줄 알았더니 수면제건은 전혀 몰랐네요. 이 아저씨도 억쇠처럼 남들에게 미움받는 백가와 연을 짓고 있지만 본질은 선한 사람일 듯. 번개와 버들은 은근 벡이강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진짜 순박한 애들이란 생각이 들어서 설령 결말이 비극으로 끝나더라도 이 애들은 살아서 약간의 희망이라도 남겨줬으면 좋겠단 느낌이.
반면 홍가는 죽을 만했는데 보통 이런 간사한 인간들은 질기게 살아남는다는 클리셰를 깨버렸습니다. 그리고 아직 백가 포스가 죽지 않았다는 것도 덤. 또 오늘 송자인의 회상 장면을 본다면 송자인은 보부상 도접장의 딸이고 백이강과는 복잡하게 얽혔으며 앞으로 백이강과는 연모의 상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히로인의 역할을 담당하는 캐릭터인데, 중간중간 일어난 사건들을 반추하고 그 비극을 목격하는 인물이자 또 인간인 백이강을 바라보는 인물로 극상에서 '화자'의 역할을 겸하는 것이 맞는 것 같네요.
이번 경군으로 내려온 최행수의 과거 후임은 뭔가 중요한 캐릭터일까요? 최행수와 연이 깊다는 점, 송자인과 최행수를 곤란에서 구해 준 점, 얼굴이 상당히 말끔한 점 등 뭔가 단역으로 끝나기엔 미묘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역이라 하니 15화에서 도망치는 백이강을 쫓아온 마을 거지들은 백이현을 털어먹으려다 실패하고 백이강한테 보복하려 쫓아오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자신들도 의병에 가입하고 싶어서 쫓아온 거였고 결국 전투에서 활약을 하는데 이 부분이 각설이 노래에 맞춰 참 비극적으로 연출되었습니다.
거지들의 죽음도 그렇고 이번 전투신은 강렬하면서 상당히 슬픈 인상을 남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백이강은 전투 내에서 사기 담당,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게 될 듯하며 전장을 거치면서 전우애도 있겠지만 그를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여기던 최경선이 점차 그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 흔들 다리 효과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근 드라마에서 최경선 같은 캐릭터가 주인공이랑 가장 각별한 사이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오늘도 엄마 유월과 아들 백이강의 케미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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