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브라운힐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셜록 홈즈 베스트 단편선』을 다 읽고 난 뒤 예전에 한번 읽은 적 있던 『셜록 홈즈 전집』 을 다시 주행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셜록 홈즈 전집』은 황금가지 출판사의 책이었는데 황금가지는 다양한 장르소설을 출판하고 있고 저도 그 덕에 『셜록 홈즈』 시리즈를 포함한 재미난 소설들을 접한 적이 많습니다. 예전 기억으로 이 『셜록 홈즈 전집』은 초반은 한 권이 하나의 사건만을 다루는 장편소설로 이루어져 있고 후반부의 전집은 다양한 단편들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다양한 사건을 한꺼번에 접하는 단편집을 더 선호합니다. 그렇다고 장편형식의 셜록 홈즈 소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셜록 홈즈 전집』 시리즈의 1권인 「주홍색 연구」에서 왓슨과 홈즈의 첫 만남이 등장하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왓슨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왓슨은 군의관 출신의 의사로 제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다쳐서 제대했고 런던으로 돌아와 하숙집을 구하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홈즈와 같은 집에서 살게 됩니다. 하숙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둘 이상이 같이 사는 경우는 옛날에도 흔했던 듯. 여기서 범죄덕후이자 타인에게 무관심한 괴짜 홈즈를 만나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결국 그에게 빠져들고 결국 이번 「주홍색 연구」 편에서 그의 사건 일지를 기록하여 그것을 출판하게 되는데, 이것이 의사로서의 직업 말고도 왓슨을 먹여 살리는 일이 된 듯싶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 왓슨의 설정이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의 당시 형편을 반영한 듯 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아서 코난 도일은 의사 출신이고 병원을 개업하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대신 소설로 돈을 벌게 된 게 이 『셜록 홈즈』 시리즈라고 알고 있습니다. 홈즈 소설에서 등장하는 의학적 지식은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이 의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테고요. 하지만 아서 코난 도일의 장사가 안된 이유는 『셜록 홈즈』라는 명작을 탄생시키기 위한 운명의 소행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어쨌든 홈즈와 왓슨의 첫 만남 이야기를 벗어나서 소설 본편으로 가면 주홍색 연구편의 이야기는 비극적인 사랑과 그를 위한 복수담이 주를 이루는데요.
지난 『셜록 홈즈 베스트 단편선』을 리뷰하면서 썼듯이 『셜록 홈즈』 시리즈 자체에는 신파적인 코드는 많이 없으나 남녀의 치정이나 애정문제를 다룬 이야기는 많은 편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이번 『주홍색 연구」편의 이야기는 비극적인지라 등장인물들이 냉정한 거리를 유지해도 읽는 사람에겐 그 내용이 다르게 다가오지요. 근데 보면 내용 자체가 신파가 맞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죽은 놈들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어도 싸다는 좀 생각도 하게 되고요. 그래도 『셜록 홈즈』 시리즈의 이 냉정함은 추리 소설 자체의 방향성을 잃지 않아서 좋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주홍색 연구」편을 보면 당시 19세기 미국의 모습도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한데 그때가 미국 이주민들이 넘쳐나던 시절이었고 그 결과 북미 인디언들이 본디 그 영토를 잃던 시절이었습니다. 다만, 억울하다 싶은 게 인디언들 입장에서 고향땅을 잃은 것임에도 당시 시대상이 그랬기에 그 시대의 부산물인 소설도 어쩔 수 없는 건지 인디언들에 한해선 냉정하게 그려진다는 점이 보입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열강들이 한참 식민지 전쟁에 몰입했을 때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여긴 인간들은 소수에 가까웠을 테니... 이런 점은 『셜록 홈즈』의 한계점으로 이런 부분이 지적되었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도 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후대의 작가들이 새로 창작한 『셜록 홈즈』 소설인 『베이커가의 살인』에서는 이런 제국주의적 관점을 극복하는 형태의 단편이 등장하기도 하더라고요. 소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베이커가의 살인』은 전반적으로 재미있던 단편집이기도 했어요. 참고로 이번 소설의 타이틀 「주홍색 연구」의 의미는 소설 중반에 홈즈의 입을 통해 직접 설명되는데 주홍색은 비유적으로 죄악을 상징하는 빛깔이며 「주홍색 연구」는 탐정인 셜록 홈즈가 인간들이 벌이는 온갖 범죄를 해결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가 매우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면서 나름 인간사회에 대한 풍자를 획득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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