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비소설 기타

『인챈티드 월드 : 신과 인간의 버림받은 아버지 거인』 리뷰

by 0I사금 2025. 2. 18.
반응형

이번 『인챈티드 월드 : 신과 인간의 버림받은 아버지 거인』 편은 저번 『인챈티드 월드 : 서양의 괴물 동양의 반짝이는 신 용』편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무래도 거인 이야기가 더 서사적인 구조를  띄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다만 이야기 중에선 흥미도가 갈리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기사나 왕자들이 나오는 거인 이야기보단 평범한 사람들과 얽히는 거인 이야기가 훨씬 재밌더군요. 제목의 그것처럼 신과 인간의 버림받은 아버지라고 부제가 딸린 '거인'은 한때 자연의 창조주이면서 신과 맞먹는 존재였던 거인이 점차 인간들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그 존재가 사라져 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묘사합니다.


『인챈티드 월드 : 신과 인간의 버림받은 아버지 거인』의 초반 부분은 신비로운 힘을 가진 존재로써 거인들이 등장하고 중반 부분에서 신비로움은 조금씩 사라지지만 위기에 빠진 인간들을 구해주는 우호적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인간을 도와주는 거인들의 모습은 훈훈 그 자체. 하지만 점점 후반으로 갈수록 인간을 잡아먹거나 납치하는 포악한 모습에서 인간의 꾀에 넘어가 죽고마는 가엾고 우둔한 모습으로까지 변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간에게 속아 넘어가 자기 부인을 죽이고 만 거인 이야기는 씁쓸하고 가련하기까지 하더군요.


아마 거인의 몰락과정은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자연신들의 몰락과 유사하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요. 인간이 아닌 자연물의 모습을 띈 신들이 처음에 숭배대상이었다가 후에는 사람을 잡아먹거나 해를 끼치는 악독한 요괴의 모습으로 변화한 흔적은 옛이야기에 흔히 발견되는데 예를 들자면 처녀를 잡아먹는 구렁이 설화나 지네장터 설화에 등장하는 요괴들은 원래는 자연신이었으나 후대 설화에서 요괴로 변한 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처음에 신령스런 존재들이 후대에 요괴나 괴물 존재 정도로 그 지위가 강등된 이유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쌓여 자연이 숭배대상에서 물러나고 지성과 문명의 발달에 따라 사람들이 더 이상 신에게 기댈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기 때문에 그 흐름이 신화나 전설 혹은 구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아마 전설 속의 거인들은 인간이 파악하지 못하는 거대한 자연을 상징하는 존재였으나 후에 인간 손에도 죽고 마는 어리석은 존재로 변화한 이유는 이런 인간의 변화 때문이라고 책에서도 설명이 나오더군요. 


이 책의 설화에 따르면 유럽 전설 속의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괴물들은 거인의 희미한 흔적이 남겨진 존재라고 봐야 할 듯 싶네요. 『인챈티드 월드』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삽화인데, 이번 『인챈티드 월드 : 신과 인간의 버림받은 아버지 거인』편에서도 빠지지 않고 다양한 그림들이 등장합니다. 중반 부분은 2페이지를 차지하는 커다란 그림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거인의 스케일답다는 생각도 듭니다.

728x90